▲목조주택 교육기관에서 남편의 동기들이 경량 목조주택 모형 만들기 실습을 하고 있다.
노일영
발에게는 미안하지만, 남편의 손목에 손이 아니라 발이 달린 게 아닌가 의심할 만한 사례도 있다. 한옥학교에는 대팻날 갈기 시험이 있다. 손대패에 끼워서 사용하는 대팻날의 면은 평평하고 예리해야 한다. 그래야 나무의 깎인 단면이 반들반들하다.
만약 대팻날의 면이 울퉁불퉁하고 무디면, 대패가 지나간 자리는 쥐어뜯은 듯이 터실터실해진다. 그래서 두 손으로 균일한 압력을 주고 대팻날을 눌러서 숫돌에다 평평하고 예리하게 갈아야 한다.
이 대팻날 갈기 시험도 꼴찌로 겨우 통과한 남편이다. 동기들은 거의 2~3주 만에 대팻날을 제대로 갈기에 성공했는데, 남편은 1달이 훨씬 넘게 걸려서 시험을 간신히 통과했다. 동기들이 모두 자는 시간에 혼자 화장실에 박혀서 대팻날을 새벽까지 갈았는데도 그 정도면, 남편의 손은 저주를 받은 게 확실하다.
아무튼 남편은 한 달 만에 대팻날 하나를 거의 다 갈아버려서, 대팻날을 하나 더 구입해야 했다. 동기들은 대팻날 하나로 한옥학교를 졸업했는데 말이다. 사실 영화나 소설에서 한 인물이 이 정도로 노력하면, 마지막에는 뛰어난 솜씨를 가진 캐릭터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보통 사람들은 웬만큼 노력하면 어느 정도 수준에는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이 속한 실제는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듯하고, 그리고 천벌을 받은 손을 탑재한 존재이다 보니, 남편은 아무리 노력해도 똥손을 벗어날 수 없었다.
비록 재앙 수준의 손이 한옥학교의 수업을 통해 진보의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했지만, 남편이 배운 것들이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혼자서 2달과 보름에 걸쳐서 황토방 하나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천장에서 비가 새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어쨌거나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그럴듯한 황토방 하나를 만든 것으로 남편은 자신의 손에 걸린 사악한 마법이 풀렸다고 생각한 것 같다.
"경량 목조주택 시공 교육을 받다 보니 더 확신이 생겼어. 졸업하면 바로 집을 하나 짓고 싶어."
함양으로 돌아가 지을 집을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그리며 남편이 내게 말했다. '망했다.' 남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법에서 풀린 왕자로 보였겠지만, 내 눈에는 아직 개구리 그대로였다. 내게 남편은 마법에 걸린 개구리 왕자가 아니라, 남의 말을 절대로 듣지 않고 반대로 행동하는 청개구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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