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2: 기적의 상실

IMAX Avatar 2 관람 평론: 3시간 가치의 생동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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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희(harmoniavis)등록 2022.12.26 17:13
    배가 가라앉는 것을 보았다. 폭음과 화염, 폭발에 날아가는 철 갑판 조각. 망가진 벽에서 쏟아지는 물로 인해 선박 내부의 공기가 줄어들며, 그 속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의 생명도 줄어든다는 예견 때문이었다.

    당연히, 직접 본 사건은 아니다. 아침 일찍 관람한 영화의 장면이다. 3시간에 달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았다. 이 영화는 하루 24시간 중 '3시간'을 줄어들게 했다. 그 3시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내게는 아니다. 극찬받는 생동감에 온전히 빠져들고 싶어 IMAX 예매에 몇 날 며칠을 바쳤다. 그러나 앉아있는 3시간 동안 내가 빠져들 생동감은 없었다.

    숲의 풍경은 살아 있었다. 바다는 생물로 가득히 물결쳤다. 그것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좁은 바위에 숨은 장면이 아득한 영혼의 나무보다 더한 깊이를 지녔다. 모두가 극찬했던 생동감은, 장엄한 기적이 일상의 확대로 묘사되는 순간 그 의미를 잃었다.

    배가 가라앉는 것을 보았으나 배가 가라앉는 것만을 기억한다.

    수많은 '기'를 가진 영화였다. 그러나 중심을 받치는 이야기가 될 '승'과 '전'은 존재하지 않았고, 단 하나의 '결'만을 맞이했다. 등장인물의 반복적인 행동은 격렬한 감정선으로 이어져 사건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남아 죽은 이야기로 사라졌다.

    13년만에 돌아온 '아바타 2'는 그간 발달한 촬영 기법을 보여주는 면에서 뛰어난 영화이다. 반면 기법의 응용과 이야기의 적용 면에서는 같은 평가를 듣기 어려울 듯 하다. 모인 사건이 터지는 순간 영화는 각인되며, 일상의 연속인 기적은 '기적 같은 일'에 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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