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옆에서 허공을 쳐다보는 닭
픽사베이
닭의 대량사육 방식은 이점이 동시에 결정적 약점이 되고 있다. 조류독감(AI)은 닭에게 치명적이어서 AI에 걸린 닭은 80% 이상 폐사된다. 2021년 AI가 발생하자 폐사된 닭과 함께 235만 9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다[10]. 좀 더 많은 닭고기를 생산하고자 좁고 과밀한 공간에서 닭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으로 AI는 매년 찾아오는 인사치레가 되었다.
이에 따라 닭에게 과도한 항생제를 투약하게 되었고 항생제 내성 등 부차적인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2021년 정부는 농가에서 닭 질병 치료에 쓰이는 '엔플록사신'의 임의적인 투약을 금했다[11]. 항생제 남용은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는 측면에서 닭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 외에 대장균 감염, 복수증, 전염성 빈혈 등 다양한 질병의 위협에 닭이 노출돼 있다. 복수증이란 사육장 내 산소가 부족해 우심실과 복부 팽만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간의 탐욕이 닭에게 일으킨 질병이라 해도 무방하다[12].
상품화에 최적화한 품종 개량 또한 문제 소지를 안고 있다. 1946~1947년 미국에서 열린 '치킨 오브 투모로우(Chicken of Tomorrow)' 대회가 닭 품종 개량의 분수령으로 간주된다. 대회에 참가한 720마리의 병아리를 12주 동안 통제된 조건에서 사육하면서 체중과 건강 측면에서 추적하고 감시하였다. 이 대회 우승 병아리의 유전자를 개량한 종이 현재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브로일러(broiler)'라는 육계종이다[13][14].
브로일러는 '구이용 닭'이라는 뜻으로 도축할 수 있는 고기가 풍부하고 사육일수가 짧다. 브로일러는 품종이 아닌 구이용 닭으로 최적화한 육계 전반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미국 타이슨 푸드 산하의 코브-반트레스, 독일 EW그룹 산하의 아비아젠, 프랑스 그리모 그룹 산하의 하바드 3개 기업이 세계 육용 종계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품종 기준으로 2015년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품종은 로스(40%)이다.
구이용 닭인 브로일러가 등장하고 1971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식용유가 출시되면서 프라이드치킨이 유행하기 시작한다[15].
빠른 닭고기 생산을 위해 육계 브로일러는 평균 5~7주 성장 후에 도축된다. 닭의 평균 수명(7~13년)의 50분의 1 수준이다[16]. 개량을 통해 지방과 근육이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골밀도가 낮아 브로일러는 흔하게 골격 질환을 겪는다[17].
비슷한 나이의 브로일러의 부척골은 야계에 비해 길이의 2배, 넓이는 3배에 달한다. 통제된 사육 환경으로 부정맥 유병률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18]. 어차피 아파서 요절할 운명인 브로일러를 발병하기 전에 인간이 일찍 도축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