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의한 학원 규제 및 입시제도의 주요한 변화
서울역사박물관
과도한 사교육의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여러 차례 입시관련 제도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입시 사정에 내신을 반영한 대학별 평가 도입과 특차, 정시, 수시 등과 같은 선발 전형의 일정과 방식 등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사교육 현장에서 설명회를 듣는다.
대치동이 사교육의 1번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0년대 시작된 강남개발로 인한 강북의 명문학교의 이전과 중산층 이상을 위한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개발, 1990년대 서울의 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의 학원수강 허용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등장, 2000년대 개인과외의 자유화 등을 들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등장은 입시 제도의 대대적인 변화와 다양화를 가져왔고, 입시학원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학원이 밀집된 대치동으로 고소득, 고학력의 학부모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현재 대치동에 있는 전체 학원 수는 1600개가 넘는다.
우리사회의 높은 교육열은 학군이 우수한 지역, 특히 강남 8학군 지역으로의 수요로 이어져,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전월세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치동의 경우, 자녀의 학업을 위해 전세로 거주하는 세대를 '대전세대'로 부르는데, 이들의 주거이동은 11월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난다.
대치동에 아파트를 소유한 거주자들은 종종 자녀들의 입시가 끝난 이후, 더 이상 그 지역에 머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의 전세나 반전세를 주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다. 최근 고금리와 부동산 하락 전망 속에서 대치동의 부동산 상황도 다소 주춤거리고 있으나, 불과 작년 까지만 하더라도 전용면적 84㎡의 대치래미안팰리스의 전세가가 21~23억 원에 거래되었다.
이들 지역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사교육 시장 과열에 대한 사회전반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 발표 이후 명문학군 지역으로의 초중학생의 전입 쏠림 현상은 오히려 더욱 심화되었다. 자사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위 지역에 몰렸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20일자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2021년 초중학생의 강남, 서초구 순유입은 2년 새 80% 급증하면서 주택의 매매 가격뿐만 아니라 전월세 가격까지 급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자사고 폐지를 통해 교육의 평준화를 이루려고 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모의 자산 정도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와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가져온 것이다.
학벌주의와 성공에 대한 '지나친'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