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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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피커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말합니다. 케이크 위에 놓여 있는 체리만 쏙 빼먹는 행위에 빗대 나온 말로 본래는 신용카드 발급 시 제공되는 서비스 혜택만 누리고 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고객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매우 현명하며 새로운 정보를 다루는 데 익숙합니다. 저는 휴게소 쇼핑 매장에서 2~3만 원 정도의 반팔 T 한 장을 사며 핸드폰으로 동일 상품을 검색하는 젊은 고객을 자주 보았습니다. 농산물 매장에서 과일 1박스를 앞에 두고 네이버에서 가격 비교하는 모녀도 보았구요.
이분들은 이제까지 휴게소를 들렀던 고객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소비를 합니다. 젊고 스마트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분들은 높은 구매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휴게소 상품은 거부합니다.
'왜 내 돈 내고 불편한 소비를 하죠?'
소비자의 입장에서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은 현명한 소비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체리 피커가 많아지면 매출은 나오지 않지만 비용만 증가하므로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휴게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휴게소가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에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휴게소가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에는 화장실, 주차장, 쓰레기, 흡연 부스, 와이파이, 고객정보센터(무료 팩스, 인터넷, 복사), 수유실, 휴식 공간, 화물차 샤워실, 세탁실, 수면실, 기사 식당, 주유소 차량 셀프 코너, 주유소 무료커피·무료생수, (선택) 분실물 무료택배, 각종 이벤트 등이 있습니다.
이 비용을 감당하려면 누군가의 소비가 필요합니다. 소비가 없다면 휴게소 무료서비스는 유지될 수 없으니깐요. 또한 아무리 작고 이용객이 없는 휴게소라고 하더라도 일정 거리마다 휴게소는 있어야만 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선택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휴게소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이 소비할 수 있는 휴게소로 변화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공기업도 풀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 문제를 공무원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휴게소를 운영하는 회사의 변화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교통량이 많은 길목에서 되지도 않은 상품을 팔아도 살 거라는 안이한 인식부터 버려야 합니다. 늘어나는 도로, 늘어나는 휴게소는 물리적으로 더는 휴게소 독과점이 유지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또한 손안에 든 정보, 체리 피커의 현명한 소비문화, MZ 세대의 부상은 휴게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커다란 혁신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휴게소만 몰랐을 뿐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독과점은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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