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서 나선다면 도움은 충분하다. 그것도 아주 고품질의 최고급으로 말이다.
김승재
아내와 난 성남아트센터를 자주 이용한다. 성남시향 정기 공연은 거의 빠뜨리지 않았고, 시간만 허락하면 연극도 다른 공연도 내 발로 찾아간다. 그리고 이제는 미술관에도 단골이 되려 한다.
몇 달 전, 처음 미술관을 찾았을 때는 동행한 아내나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1층 전시실, 친척 중에 나 같은 시각 장애인이 있다는 도슨트께서, 작가의 허락을 받았다며 작품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특권까지 선물해 주셨다.
모처럼 호강한 내 가상의 눈들 덕분에 더욱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찾아간 2층 전시실, 그곳에서는 작품에 관한 지식에 더해 관록 있는 경험까지 포장된 작품 해설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물론 다른 분들도 도슨트의 해설을 듣겠지만, 하얀 지팡이를 알아본 그분들은 내게는 더더욱 특별한 해설을 해 주셨고, 가끔은 내가 작품을 만져서 느낄 기회까지 허락해 주셨다.
지난달에도 아트센터 미술관에 들렀다. 새로운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고, 나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들을 둘러보는데,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죠. 그건 저절로 그런 소리가 나오는 작품이에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다가온 도슨트께서는 뚱딴지같은 내 질문에도 여유 있는 웃음으로 친절한 설명을 해 주셨고, 나와 아내가 이미 보고 온 작품들까지 마치 대화를 나누듯 설명하고 답을 해 주셨다.
"지난번에도 오셨었죠? 그때도 제가 설명해 드렸는데…. 저도 보이지도 않는 분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작품들을 둘러보는데 놀랐네요."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 그리고 오늘도 정말 감사합니다."
어찌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있겠는가. 정말 보너스치고는 엄청난 보너스를 받았다.
난 운이 좋다. 사실 나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엄청 많다는 걸 안다. 이렇게 즐거운 기억 속에서 마냥 웃다가도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그만큼 열심히 살자고 나 스스로를 격려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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