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병원 노동자 파업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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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maxime)등록 2022.11.08 15:26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져 시름은 깊어만 간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우니 마음을 다잡아 보려 하지만, 각종 재난, 참사와 더불어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니 민심은 흉흉하다. 나서서 책임지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힘을 낼 수 있도록 애써야 할 이들이 발뺌하고 엉뚱한 행보를 보이니 답답한 마음에 소리쳐 들고 일어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제 불황시 정부의 긴축 정책은 사람을 죽인다. 지난 시기 경험이 말해주는 바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불황이 지속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돈을 쓰고 정책을 펴면 살릴 수 있지만, 부자 감세하고 규제 완화하고 정부의 사회 지출을 줄이면 이들을 여러 경로로 병들고 죽어간다.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경제 위기시에는 자살과 살인이 늘어나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늘어난다고 한다. 감염병도 늘어나고 정신 건강 수준도 악화된다. 특히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이들의 타격이 크다. 정규직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 더 많이 더 힘들게 일하라는 압력을 받게 되고 이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 없이 장시간 노동과 강도 높은 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연료비와 전기세도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월세 내기도 버거워지는 이들이 많아지면 이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경제위기시에 벌어지는 이 모든 상황이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

어려운 시기라도 정부가 나서서 사회 지출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공공 정책을 펴면 경제 위기로 인한 건강 파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 지출을 줄이고 공공 부문을 감축하면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진다.
고용 정책, 주거 정책,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과 더불어 의료는 경제 위기시에 필수적이며 충격 완충 효과가 매우 큰 정책 영역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 이용을 포기하거나 줄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경제위기시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병원 갈 일도 많아지는데, 사회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못가게 되거나, 재난적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하게 된다면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의료 부문 예산은 줄이면 안 되고 의료 공급은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아직도 겪고 있는 코로나 19 유행 역시 경제와 건강은 상호 길항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이 건강해야 경제도 다시 살아 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향하는 방향은 정반대 방향이다. 지난 7월 29일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의료기관도 인력을 감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의료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력을 줄이면 의료서비스 양도 줄어들고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의료의 양을 늘리고 질을 향상시켜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객관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 유행 상황에서 헌신적으로 일한 병원 노동자들이 정부에 기대한 것이 이런 대접은 아닐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쓴 병원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라고 지시를 내린다면 가만히 있을 이들이 어디 있겠나.
코로나 19 유행 시기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한국 병원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보니 너무 힘들게 일하게 되고, 힘든 것을 견디다 못해 병원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인력 충원 계획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이다. 그런데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라고 지시를 내린다니 이것을 어떻게 납득하라는 것일까.
납득할 수도 없고 적반하장격인 정부에 맞서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를 포함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먼저 싸우겠다고 나섰다. 이들 투쟁은 정당하다.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이들 투쟁을 지지하고 지켜내야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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