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고젠쉔케 오네 베덴켄
윤한샘
"한국에서 왔다구요? 고제 때문에 왔다니, 당신도 맥주에 제대로 미친 사람이군요."
검은 옷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맥주잔을 건네며 황당한 듯 쳐다봤다. 관광객은 잘 찾지 않는, 게다가 동양인은 거의 오지 않는 작은 맥줏집에 온 내가 신기했나 보다.
하지만 이곳에 온 목적과 그간의 노고를 설명하자 이내 밝은 얼굴로 짙은 황금색 맥주를 건넸다. 이 맥주의 이름은 리터구츠 고제(Ritterguts Gose), 그리고 이곳은 오네 베덴켄(Ohne Bedenken), 마지막 남은 라이프치히의 고젠쉔케(Gosenshenke)다.
고제는 짠맛이 나는 독일 라이프치히 전통 맥주다. 아니, 맥주가 이온 음료도 아니고 짠맛이 난다고?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대답은 '그렇다'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라이프치히 맥주의 고향이 약 150km나 떨어진 고슬라(Goslar)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하나의 맥주가 아무 관련도 없는 두 도시의 맥주가 된 것일까?
고슬라는 독일 중북부 로월 섹소니에 위치한 도시다. 이 도시 중심에는 암염과 미네랄이 풍부한 하르츠산맥에서 내려오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다. 양조사들은 소금기를 머금은 이 강물로 맥주를 만들었고 고슬라의 맥주는 자연스럽게 짠맛이 났다. 이 강의 이름은 고제, 사람들은 고제 강물로 만든 이 독특한 맥주도 역시 고제라고 불렀다.
18세기 초 지역 사람들만 마시던 이 맥주에 한 외지인이 매료된다. 안할트 공국의 공작 레오폴트 1세는 100km나 떨어진 고슬라에서 이 맥주를 마신 후 사랑에 빠졌다. 안할트와 고슬라 사이의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고제를 즐겼지만 비용과 시간에서 점점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그는 1712년 직접 양조장을 짓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고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품질이 안정된 1738년, 근처 도시인 라이프치히에 고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제의 도시 라이프치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