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희훈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력, 소방방재 그리고 행정력이 부재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참사 발생 직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은 해외 주요 언론과 일부 국내 언론이었고, 대부분의 국내 언론과 매체는 본질을 보지 않고 한숨만 쉬는 보도에 그쳤다.
현재까지 156명이 희생되었다. 대부분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이다. 이 중에는 한국이 좋아 방문했던 14개국의 외국인 26명도 있었다. 한국과 한류에 열광했던 아들과 딸들이 호감을 가졌던 나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비극이 터져버렸다. 이 참사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수습할지 전 세계가 지켜볼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은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공적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했는가를 조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 과거 핼러윈 축제에서 이루어졌던 안전 조치를 지속하지 않았는가? 왜 시민들의 이동 통제, 폴리스라인 설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왜 시민 안전을 위해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하지 않았는가? 왜 충분한 응급의료시스템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았는가? 왜 교통 통제를 적절히 하지 않았는가? 신고와 CCTV 영상 등 위험의 징후들이 사고 이전에 나타났음에도 왜 신속한 대응이 없었는가? 행정 말단의 사고 위험성에 대한 자체 보고가 왜 상층부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는가? 어떤 단계에서 정보의 흐름이 단절되고 왜 의사결정의 실패가 발생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건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상실한 파렴치한 태도다. 용산구는 참사 발생 이틀 전 개최한 회의에서 방역과 청소 대책만 논의했고,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참사 이틀 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한다고 말했다. 안전을 책임질 중앙정부부처 수장이 참사 원인 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을 불합리하게 배제하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냈다. 책임 있는 공복으로서의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대통령실은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34조,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신체보호 및 공공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국가의 책무를 명기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반하는 말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