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과 이태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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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등록 2022.11.01 16:06
할로윈과 이태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1. 할로윈은 크리스마스와 똑같다. 
할로윈이 한국 전통도 아닌데, 왜 축제를 하냐는 사람들이 있다. 
할로윈은 크리스마스랑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할로윈은 기독교와 영미권 문화를 기반으로 한 전통이 깊은 축제이다. 
한국에서는 미군 부대 인근으로 그 문화가 유입되었고,
전세계 사람들과 동시대적으로 공유되는 축제문화로 정착했다. 
미군의 존재는 좋건 싫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여러 문화적인 교차와 교류를 낳았다.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나 부활절이나 
한국 전통문화와는 하나도 관계없는 서양에서 온 문화인데, 
그 근본을 따져가며 이미 전세계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할로윈을 비판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크리스마스에 인파가 몰려 참사가 났다면 크리스마스를 비판할 것인가?


2. 이태원은 한국 하위문화의 코어로서 문화적 가치가 큰 공간이다. 
이태원을 문란과 방종의 갖가지 나쁜 이미지를 씌워가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이태원은 유흥 및 상업 시설이 섞여 있지만 
주류 문화와 대비되는 한국의 하위 문화를 대변하는 공간이자, 자유와 해방, 문화적 혼종과 관용의 공간이다.
이태원에 오는 젊은 이들은 한국사회의 획일적 문화가 아닌 다른 해방감을 얻고자 그곳에 모여든다. 
할로윈에 이태원에 온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이들은 
아마도 이태원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기 보다는
가장 상업화되고 유명한 거리이자 접근이 용이한 거리인 문제의 거리로 모여들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 세대, 코로나 세대인 10대~20대가 이 참사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29일은 최근 2~3년간 팬대믹으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모두 금기시되었던 젊은이들이 이제 막 다시 자유롭게 맞으려 했던 축제의 날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안전은 당국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고, 오로지 현장에 있지도 않은 마약범죄를 찾는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이 거리는 마약거래 및 소비가 이루어지기에는 너무나 유동인구가 많고 상업화된 곳이다. 이 거리에서 운명을 달리한 젊은 청년들은 마약 범죄와 거리가 매우 먼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대규모 축제를 범죄소탕의 대목으로 여긴 경찰은 자신의 존재목적을 심각하게 성찰하기를 바란다. 경찰은 왜 존재하는가?


3. 축제를 즐기러 거리에 나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참사 희생자들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할로윈을 그리고 이태원을 비판하는 요지가 무엇인가? 
축제를 즐기러 거리에 나오는 것은 인류 유구의 관습이며 죄가 아니다. 
이 축제는 매년 십수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예년에 비해 감당불가한만큼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린것도 아니었다.
사고 발생 두세시간 전부터 엄청난 병목현상이 이미 선명하게 보였었고, 
경찰과 지차제가 사건발생 때까지 어떤 적합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참사는 우연히, 불행하게도, 그냥 그렇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실히 필요했고 마땅히 해야했던 일들을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 

참된 애도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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