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공서비스 노조연맹이 펴낸 <돌봄 사회조직 재건 가이드>와 <돌봄 사회조직 재건 워크북> 표지.
PSI
그러나 IMF의 성 주류화 전략은 여러 측면에서 미흡하며 '핑크 워싱'(성소수자 인권을 인권 개념에서가 아닌 상업적, 정치적 용도로 쓰는 것)의 완벽한 예라고 평가받았다. 우선 성평등이나 성 불평등이 아니라 '성 격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 공공 지출 삭감이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과 경제활동 참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셋째, 성 주류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개별 국가를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운동 단체와 학자들과 협업할 계획이 없다.
넷째, 오랫동안 핵심적인 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는 IMF 자신들의 긴축 정책과 처방이 여성의 경제적 세력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관되고 철저한 성찰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임금 동결은 IMF가 줄곧 주창해온 긴축재정의 중심축이다. 공공부문의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공공부문 임금 동결은 여성 근로자에게 치명적이다.
마지막으로 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는 핵심적인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일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보호 목표의 보상적 조치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돌봄을 기반으로 경제와 사회를 건설하는 비전이며 GDP 성장을 넘어 인권과 돌봄을 경제 목표와 지표의 중심에 둬야 한다.
"남녀 노동참여 같아지면 7% 성장"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 부총재가 9월 27일 한국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에서 한 기조 연설은 이런 IMF의 성 주류화 전략이 바탕이 됐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한국은 소득과 노동력 참여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장 성 격차가 가장 큰 국가"라며 "2035년까지 한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같아질 때 국내총생산(GDP)은 지금보다 7%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육아휴직 제도, 돌봄서비스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 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성별 격차가 여전히 크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 수단을 고안하든, 기존의 제도를 확대하든 예산이 필요하다. 육아휴직 제도는 있지만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나 자영업자처럼 법적으로 적용 대상이 되지 못한 근로자도 많고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도 많다.
엄마 아빠 불문하고 육아휴직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기금만으로 충당하지 못해 일반 회계 투입이 불가피하다. 어린이집은 보편적이라지만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서비스는 인프라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돌봄을 남녀가 더 평등하게 분담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도 코로나 이후 세계적인 재정긴축 추세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2023년 예산안은 13년 만에 긴축으로 돌아섰으며 앞으로 몇 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공공서비스 노조연맹이 강조하는 돌봄을 기반으로 경제와 사회를 건설하는 비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 활력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면 정부는 노동시장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