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일본 도쿄의 시부야 거리를 핼러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 시부야는 핼러윈의 성지로 유명하다. 핼러윈 데이는 10월 31일이지만 10월 들어서면 핼러윈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시부야뿐만이 아니다. 가부키초, 롯본기, 심지어 우에노까지 도쿄의 웬만한 번화가 상점들은 핼러윈 기간을 대목으로 여기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핼러윈을 홍보하기도 한다. 당연히 핼러윈이 다가오면 해당 지자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어느새 '시부할로'(渋ハロ)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해당기간 동안 100만 명이 몰린다는 시부야구의 대응은 눈여겨볼 만하다. 시부야의 핼러윈이 좋지 않은 쪽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2018년에 있었던 '트럭전복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술에 취한 일군의 무리들이 폭도로 변해 노상에 정차돼 있던 1톤 트럭을 전복시키고 다른 취객들과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그 와중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도촬 등도 행해져, 20-30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다.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시부야구는 핼러윈 기간과 연말연시에는 노상음주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새롭게 제정하고, 경찰과 게이오버스 주식회사 등과 협의해 행동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그 때까지 100여 명이 투입됐던 경찰인력이 2019년부터는 300명 규모로 늘어났고, 폴리스라인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제는 핼러윈의 명물이 된 'DJ폴리스'의 위력도 간과할 수 없다. 'DJ폴리스'는 2013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 등장한 것으로, 일본축구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서포터들이 길거리에서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 명목으로 도입되었다.
집회 인솔용으로 개조된 트럭에 확성기를 든 젊은 경찰이 올라가 질서유지를 촉구하던 도중에 "나 역시 일본축구팀의 본선진출이 너무나 기쁘다" 등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한 것이 서포터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시부야 경찰서는 'DJ폴리스'를 2015년, 2016년 핼러윈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반면 'DJ폴리스'가 투입되지 않았던 2018년에는 트럭전복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 'DJ폴리스'가 있었다면 폭도화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NHK의 보도(10월 30일자)에 따르면 올해 "도쿄 경시청은 한국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접하고 'DJ폴리스'의 배차 대수를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