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유족을 투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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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환(surpernova)등록 2022.10.31 15:43
지난 9월 13일을 끝으로, 군 검찰 창설 이래 최초로 이뤄진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이 100일 동안 이뤄졌다. 그 사이 국군수도병원 냉장고에서 보관 중이던 이 중사는 냉동고로 옮겨졌다. 이 중사 가족은 어떻게 버텼을까. 특검 이후 무엇을 준비 중일까. 공군에서 딸이자 여동생을 잃고 하루아침에 유족이 된 가족의 사연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공군 이예람 중사

"나의 몸이 더럽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

공군 군번 17-500438.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수도병원에 고 이예람 중사가 안치되어 있다. 사령부 장례식장을 지나, 죽은 사람의 영혼을 모신다는 영현관에 들어서면 공군 상급자의 지속적인 성폭력과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가 보관되어 있다. 2021년 5월 22일 영현관 냉장고에 들어와 523일째(2022년 10월 27일을 기준)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망인의 유족은 어떤 이유로 고인을 보내지 못하고 있을까.


고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2일 22시경 회식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장 □□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자동차가 부대에 도착하자마자 선임인 김 □□ 중사에 성폭력 당한 사실을 신고하고 숙소로 향했다. 그 사이 가해자 장 □□ 중사가 좇아와 "신고할 테면 신고하라"라며 빈정거렸고, 망인은 공포를 느껴 공군 항공과학고 여성 동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중사는 사건 다음날인 3월 3일 부대 상급자인 노 □□ 상사, 노 □□ 준위에게 성폭력 사실을 신고했다. 노 상사는 한숨 쉬며,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니."라고 했다. 노 준위는 이 중사에게 "이게 사건화 되면 같이 회식에 갔던 사무실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라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거론하며 회유했다. 오후 6시 이후엔 술을 마시며 "살면서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에 망인은 곧바로 고모에게 연락, 군 상급자가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 함을 알렸다.  
  

고(故) 이예람 중사 ⓒ 정현환

     증거불충분

2021년 7월 22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성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예람 중사 유족 국민청원에 "공군에서 진행 중이던 수사를 국방부 검찰단으로 6월 1일 자로 국방부검찰단으로 이관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유족이 주장하는 공군의 강제추행 사건 은폐, 합의 종용,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수사과정과 여죄를 철저히 수사하겠다."라고 했다.

덧붙여 서 장관은 "유족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군 검찰 창설 이래 최초로 7월 19일 '특임 군 검사'를 임명하여 공군본부 법무실 직무유기 혐의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라고 언급하며, 망인을 성폭력 한 "장□□ 중사를 성추행뿐만 아니라 상해 및 보복협박죄를 추가하여 구속 기소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 장관은 "부대 상급자들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코로나19 방역지침 등을 말하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합의 종용 등의 위력 행사 행위가 확인됐다."라고 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이들을 보복협박 및 면담 강요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라고 수사 상황도 설명하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가 늦어진 점을 두고 "피해자의 소속 대대장은 지휘·감독 소홀로 징계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련 부서는 기관경고 조치할 예정" 등이라고 언급했다. "지휘책임을 물어 지휘관 및 부서장들은 징계할 예정"이라 했다. 

 

021년 7월 22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공군 이예람 중사 사건의 입장을 발표했다(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 정현환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서욱 국방부 장관의 약속은 어떻게 됐을까. 2021년 5월 22일 고 이예람 중사가 사망하고 1주년이 됐지만, 약속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망인이 사망한데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장 □□ 중사는 특가법상 '보복 협박' 혐의는 무죄, '강제추행치상'으로만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망인에게 면담 강요한 혐의로 노 □□ 준위는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망인이 전 부대에서 어떤 성폭력을 당했는지 미리 알고 있었던 공군 제15 특수임무 비행단 안 □□ 대대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가 됐지만 '증거불충분'을 받았다. 비슷한 내용을 카카오톡 방에 공유했던 어 □□ 중대장과 30여 명의 다른 동료들도 2차 가해 및 명예훼손 논란이 됐으나 일부는 불기소됐다.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됐다. 15 비행단 권 □□ 원사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서 같은 이유로 무죄가 됐다.

이밖에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김 □□ 대대장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됐다. 당시 이 중사의 같은 부대 선임이었던 김 □□ 중사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았다. 공군경찰단장 이 □□ 대령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공군중수대장 변 □□대령도 같은 이유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일부 형량이 깎였다. 공문서 유출 혐의로 공군 공보실장 이 □□ 대령과 공군 공보실 정□□ 중령은 재판 중이다.

고 이예람 중사는 20 비행단에서 장 □□ 중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에 이 중사는 15 비행단으로 전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피해사실 노출 및 허위사실이 사전에 전파되어 2차 가해를 받았다. 망인은 이 과정에서 국방부 성폭력 지침에 따랐지만, 서욱 국방부 장관의 공식입장과 달리, 관여된 40여 명 중에 제대로 처벌받은 군 수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망인은 성폭력이라는 불법에 국선 변호사를 지정받아 법률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만, 지원도 받지 못했다.

13명이나 법원의 심판대에 올랐지만, 이들의 대다수는 '증거불충분' 이라는 이유로 무죄가 되거나 형량이 깎였다. 그 사이 성폭력을 당한 망인에게 가해자인 장 □□ 중사와 합의를 종용하고 면담 강요 등의 혐의로 국방부 영내 수용시설에서 수감자 됐던 노 □□ 상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망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유력한 인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예정됐던 수사와 재판 모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지연된 정의

그런데 국방부와 공군만 이런 약속을 한 게 아니다. 국회도 동의했다. 정치권은 고 이예람 중사 문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법안 발의했다. 여당과 야당을 넘어서는 초당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국회는 공회전했다. '특검'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진상규명이 돼야 될 300여 일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국회마저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유력한 용의자가 수감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진상규명이 더뎌졌다. 국방부와 공군, 국회가 스스로 약속한 내용을 제때에 하지 않아 생긴 촌극이다. 이 사실이 알려져, 유족과 시민들이 공분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3월 2일 20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일어났다. 

망인이 사망한 지 284일 만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특검'을 촉구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4월 15일 고 이예람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328일 만에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군을 대상으로 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망인이 죽은 지 1주년을 앞두고 말이다.

 

2021년 7월 3일,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 분향소엔 유력 정치인들의 관심으로 채워져 있었다. ⓒ 정현환

 
특검의 시작과 끝,
그리고 명(明)과 암(暗)


대선 이후 여야 간 특검 논의가 매조지어졌다. 2022년 4월 15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사기간은 70일, 1회에 한해 대통령 승인으로 30일 더 연장해 최대 100일을 할 수 있었다. 

예외적으로 특별검사가 공소 제기한 사건은 재판권을 군사법원이 아닌 법원에서 맡도록 하였다.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법인 동인 소속의 사법연수원 25기 안미영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2022년 6월 14일 2심 최종 공판에서 장 모 중사에게 1심 때 보다 감형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6월 15일 군검찰이 상고를 결정하면서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9월 29일 3심 최종 공판에서 징역 7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2022년 9월 13일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 등 8명을 기소하며, 100일 동안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작년 국방부 자체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했던 군 관계자들을 대거 재판에 회부했다.

이 중사 사건을 처음 맡았던 공군 20 비행단 군 검사는 불구속 기소됐다. 부실수사 의혹이 있기 때문이었다. 군 검사가 이 중사 2차 가해 정황을 알았지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지연시킨 혐의(직무유기) 등이 적용됐다.

또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았음에도 군 성폭력 규정에 따라 조치하지 않은 당시 공군 20 비행단 직속상관 도 기소됐다. 당시 대대장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직무상 의무가 있지만, 그러지 못해 '직무유기'라는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4~5월 경, 20 비행단 중대장은 이 중사가 전입하려던 공군 15 특수임무 비행단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이상하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말해 이 중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수사 결과를 발표한 특검팀은 "철저한 공소 유지로 각자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고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22일에 사망하고 479일이 지나 이뤄진 결과다. 하지만 특검은 이 중사 사망 전후로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계속된 이유를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폐기하거나 기록을 삭제하고, 주요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다 적발된 정황까지 확인되는데 그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동시에 특검은 군을 수사한 최초의 특검으로써 우리 군의 폐쇄적 병영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과정을 일부 규명했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군 수사기관이 제 역할은 하지 않고 방치한 일을 꼬집었다. 군사경찰과 군검찰, 군사법원을 조속히 폐지하고 민간으로 이전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확인시켜줬다(※ 편집자 주 - 출처: 군인권센터와 故이예람 중사 유가족, 천주교인권위원회 보도자료 인용).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이 끝났다. 한계는 한계대로, 성과는 성과대로 기억해야 한다. 이에 아버지 이주완 씨는 "앞으로 국방부 대응을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특검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을 매듭짓겠다"라고 했다. "군대 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를 조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활용해, 특검에서 밝히지 못해 공군의 은폐와 조작을 매조 짓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가가 사람을 버렸다. 피해자가 규정에 따라 성폭력을 신고했는데 보호하기는커녕 사건이 커질까 두려워 은폐하려 했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지 못해, '공소권' 없음으로 만들어 정확한 진상규명을 더디게 했다. 그래서일까. 공군과 국방부, 특검의 아쉬움 때문인지 이 중사 사건으로도 모자라 최근 공군에서 또 성폭력이 발생했다. 이 중사와 같은 비행단에 말이다. 오늘도 국가가 피해자와 유족을 지켜주지 않아 밖으로 내몰고 있다. 유족을 국가와 싸우는 투사로 만든다.

※ <군 성폭력으로 여동생을 잃고, 오빠는 꿈을 접었다>는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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