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올렸다가 정직 처분을 받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가 6일 오후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목회자의 자격과 품성 문제를 다루는 기감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이동환 목사에게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거나 혹은 '동성애를 찬성하나 반대하나'라는 시대착오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약자들을 위해 사역을 하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위원회는 이 목사를 재판에 회부했다. 그리고 축복식이 열린 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른 2020년 10월 15일, 이동환 목사는 정직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는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 지지'를 이유로 목회자가 처벌을 받는 순간이었다.
이동환 목사는 항소를 결정했고 공은 기감 총회 재판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러는 사이 2년의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지난 20일 최종 재판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항소 기각, 기감이 스스로 만든 오점을 바로잡을 기회를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이보다 며칠 전인 지난 15일에는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의미심장하게도 이동환 목사에게 내려진 2년간의 정직이 끝나는 바로 그날이었다. 그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못했던 축제가 다시금 광장으로 돌아오자 이를 환대하듯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행사 현장을 찾았다.
비록 부스 운영을 위해 일하러 참석한 행사지만 나도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다만 이걸 깨달은 건 퀴어문화축제 현장을 떠난 이후였는데, 도무지 몇 년의 시간이 흘러도 행사장을 나설 때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의 존재를 긍정하는 공간을 벗어나 이제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혐오집회' 바라보던 시민들
아니나 다를까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나는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를 위해 길게 늘어선 혐오집단을 지나쳐(나는 매고 있던 무지개 목걸이를 잽싸게 옷 속으로 넣었다) 잠시 숨도 돌릴 겸 근처 백화점 앞 벤치에 앉았다. 그런 내 옆으로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의 중년 여성이 앉았는데, 한 명이 길게 늘어선 반대 집회 행렬을 보며 무엇이냐고 일행에게 물었다.
퀴어문화축제 얘기가 결국 나오겠고 그럼 좋은 소리는 못 듣겠구나 싶어서 황급히 이어폰을 끼려다 멈췄다. 그래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싶었다. 아래에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근처에서 퀴어축제 한다는데 그거 반대하려고 저렇게 집회하나 봐."
"아니 자기들끼리 모여서 재미있게 놀겠다는데 왜 저러는 거야?"
"저거 다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잖아, 동성애 하면 지옥 간다고."
그 이야기를 하고 두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고 곧바로 교회 사람들은 저러고 다니다가 정치하겠다고 나오느냐며 화제를 옮겼다. 우려했던 이야기는 아니라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두 분의 유쾌한 대화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우리도 좀 재미있게 살아보겠다는데 왜 저래?"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