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진짜 놀 권리가 보장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어린이와 어른 사이 김경욱 아동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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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safewater)등록 2022.10.07 15:19
2021년 제3차 열린소통포럼에서 놀 권리에 대해 다뤘다. 그 때 발제자였던 김경욱 씨를 지난 5월 13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놀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동이었을 때가 떠올라 감정이 올라온다는 어른이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 있는 자신이 왜 아동과 청소년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가가 되고 싶은지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기뻐했다. 나 또한 청년과 놀 권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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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놀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계기와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2012년 5학년 때 대한민국 아동총회가 있었는데 엄마가 방학 때 의미 있는 일을 해보라고 총회에 저를 보내셨어요. 활동이 재미있었어요. 우리는 놀 나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게 완전 권리라고 하니까. 아동이 직접 아동의 권리를 얘기해서 어른들에게 전달된다는 게 제일 재미있어서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한 그냥 우리 대한민국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최. 열린 소통포럼 발제 내용 중에 '놀이는 건강과 휴식, 여가를 관통하는 행위다' 그리고 '단순히 놀이터와 같은 장소에서 친구들과 뛰노는 것을 넘어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아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며, '휴식도 놀이로 인식해야 한다.' 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김. 놀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정신을 씻어낸다는 의미가 있어요. 아동들은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해서 모든 게 마냥 새롭고 낯설잖아요. 그래서 어떤 경험을 하던 뇌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데 쉬면서 혼자 공상하는 시간에 정보들에 대해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머리 속에 과하게 밀려오는 정보들을 쳐낼 건 처내고 정리할 것 정리하면서요. 저는 어릴 때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 멍 때리는 것도 좋아했어요.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는데 제가 멍 때리는 것은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엄마는 항상 일기 쓰는 것을 강조하셨는데 일기 쓰려고 책상에 앉아 멍 때리는 시간을 보냈어요. 내가 그 때 뭐했지 생각하면서 친구랑 있었던 일을 다시 되새기면서 접신하듯이 질문하고 답하면서요. 예를 들자면, 친구의 감정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사과할 일에 대해서도 정리해서 다음 날 친구랑 다시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또 내가 슈퍼맨이 되는 상상도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도 관리했던 것 같아요.

사실 어린이들이 뛰어 놀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모바일과 PC 게임에 이미 익숙해진 세대에게 이를 테면, 증강 현실같은 기술을 활용해서 뛰어 놀 수 있는 활동과 연결하면 어떨까 고민 많이 했어요. 화려한 아이템들이 나오는 게임에 익숙한 아동들이 다시 몸으로 노는 놀이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대안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최. 열린소통 포럼에서 말씀하셨듯이 기술 진보와 더불어 문화의 패러다임도 변화한다.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던 아동의 PC방 출입, 스마트폰을 활용한 여가생활도 건강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새로운 놀이 문화로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하신 말씀과 연결됩니다.
 
김. 지금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튜브같은 매체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잖아요. 어른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편하게 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는 일은 쉽게 볼 수 있어요. 상황은 알겠지만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는 비중이 높이는 일이잖아요.
 
최. 성인이 된 지금도 아동인권, 특히 놀이권 보장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 그리고 놀 권리 증진과 아동 청소년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놀이권이 보장되려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교육체계를 바꿔야하고 이는 입시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개선했으면 좋겠어요. 아동인권활동하면서 국회의원분들도 만났지만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 큰일이다 하세요. 그런데 계속 이런 식으로 미뤄져서 방치하다보면 계속 시대가 변화하는데 그 만큼 틈이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교육제도를 바꾸는 변화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어요.
 
최. 얘기를 하다보니 보다 어린 아동과 10대 청소년의 놀이권을 좀 분리해서 대안 방향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김. 맞아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어떻게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할 수 있는데요. 중고등학생 10대들은 학원을 갈 수밖에 없는 시기이니까 포럼 발제 때도 좀 봐주세요라는 느낌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몸으로 뛰는 놀이, 이를 테면 술래잡기의 경우 어제 술래잡기를 했다고 해서 오늘 술래잡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거의 없잖아요. 그에 비해 게임은 연속성이 있어서 게임을 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새로우면서도 이어지는 것이 있어서요.
 
저는 어른들에게 노는 것도 공부만큼 중요하다 설득하고 싶고요. 제 또래나 아동들에게는 놀이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싶어요. 공부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놀 때는 놀아야 건강하다라고요. 이전 포럼 발제 때 지금 놀이에 대한 문제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는데요. 첫째, 놀이의 가치를 무시하고 공부만 시키는 사회, 둘째, 공부하는 시간으로 인해 놀 시간이 감소한 것. 셋째, 놀 시간이 줄어서 놀이가 단순해지는 패턴을 갖게 된 것이에요.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있는데 이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에게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는 삶을 아이들이 살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는 놀이, 건강, 휴식, 여가를 빼앗기거나 포기한 채로 살아왔으니 다음 세대에는 그렇지 않게 하자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학교 내에서 뛰어놀게 하면 어떻겠느냐 제안하고 싶지만 반발의 목소리가 걱정되요. 결국 신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절충안이 되지 않을까 했던 거지요. 어쨌든 계속 쭈그리고서 게임하는 문화가 고착되지 않도록 어떻게든 바꾸려는 시도를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놀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사)놀이하는사람들에서 기획하였다. (사)놀이하는사람들은 2009년에 설립되어 놀이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공익법인으로서, 오는 10월 8일 아이들의 놀 권리 회복을 위한 <놀이의 날>행사를 진행한다. 강원, 경기, 서울, 인천, 제주, 충남 지역에서 10개 곳에서 동시 진행될 예정인데, (사)놀이하는사람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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