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팝업 놀이터 기획

강북구청과 (사)놀이하는사람들, 어린이를 주체로 한 팝업놀이터 기획단 운영

검토 완료

최은영(safewater)등록 2022.10.05 13:39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팝업 놀이터
강북구청과 (사)놀이하는사람들, 어린이를 주체로 한 팝업놀이터 기획단 운영
 
지난 7월부터 놀이하는사람들 본부와 서울지부활동가들은 강북구청 청소년과와
<강북구 어린이 놀이기획단 운영과 팝업 놀이터 조성 기획을 위한 공론장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놀이기획단>은 강북구에 살거나 강북구 내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생 4학년에서 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꾸려졌다. 놀이기획단 활동은 놀이 활동뿐만 아니라 놀 권리에 대한 강의와 워크샵, 팝업 놀이터 모형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들이 어떤 놀이 공간과 문화를 원하는 지 표현해보고 어른들에게 전달하면서 공감을 받는 기회가 되었다.
 
놀이기획단 어린이들이 처음 모인 날은 방학 중이었던 8월 9일이었다. 각자 자신의 별명도 짓고 놀이기획단 활동에 대한 서약서도 작성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 핸드폰만 보며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놀이가 시작되고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놀이가 시작되면서 웃음 소리가 들렸고, 처음 해보는 <두부 놀이>에 빠르게 적응하며 다음에 할 때 업데이트할 규칙들을 소감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째 시간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친밀해진 것 같았다. 놀고 싶어 왔는데 언제 노냐고 묻기도 했다. 아이들은 팝업 놀이터를 기획하는 것만큼 노는 것에 기대가 높았다. 그래서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날도 조금씩 놀이 활동을 했다.
 
세 번째 만남에서는 '나의 놀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놀았던 공간이나 집 근처 놀이터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하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놀이터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다른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팝업 놀이터 모형 만들기를 시도했는데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고 한다. 놀이터 모형은 마지막 시간에 <워킹그룹>과 함께 만들었다.
 
강북구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놀이기획단을 지원할 <워킹그룹>도 구성했는데, 놀 권리에 관심 있는 강북구 주민들로서 양육자, 일반 시민, 아동 청소년 기관 종사자들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놀이기획단의 활동을 지원하고 팝업 놀이터 조성을 위한 기획안을 마련하는 공론장에도 참여하였다.
 
첫 날 참석자가 적어 아쉽긴 했지만, 이미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분들이어서 아이들 관점에서의 놀 권리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답하는 시간이었다고도 했다.
 
9월 3일 토요일, 이날은 어린이 놀이기획단과 워킹그룹 어른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 실재 팝업 놀이터가 만들어질 솔밭근린공원에 대해 떠올려보고, 그 동안 만들고 싶었던 놀이터에 대한 생각을 표현해보고, 모둠 별로 아이디어를 모아 모형을 만들어 보았다. 놀이기획단 어린이들이 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워킹그룹 어른들은 그 것이 실재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가며 놀이터 모형을 만들었다.
 
놀이터를 기획하고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1) 팝업 놀이터에서 하고 싶은 동작은 무엇인가요?
2) 어떤 놀이가 해보고 싶은가요?
3) 놀 때 필요한 것을 모두 적어 주세요.
4)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5) 놀이터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하고 싶거나 놀 때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요약하자면 '눈치 안보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어 높고 싶다.'이다. 그래. 10대 어린이들은 공부와 학원에 아장아장 걷는 애기들 다칠까봐 잔소리 듣고 눈치 보며 놀아야 했다. 흙이나 모래, 그림 그릴 분필, 비누 방울 놀이를 위한 비누와 물, 돈, 간식, 나무조각, 종이 박스, 캠핑카, 비닐 등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겐 마음껏 놀 수 있고, 쉴 수 있는 여유 있는 공간과 탁 트인 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
 
놀이기획단과 워킹그룹 대부분 함께 놀이터를 기획하고 모형 만드는 활동을 재미있어했다. 특히 네 번만에 끝나서 아쉽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여러 명이 협동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 것도 뿌듯했고, 우리들이 낸 아이디어들이 정말 놀이터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워킹그룹 참여자들도 즐거운 시간이었고 의미도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의 참신함과 현실을 새삼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놀이기획단 아이들이 처음 만난 날과 워킹그룹과 놀이기획단이 함께 만난 마지막 날, 둥그렇게 앉아, 각자 불리고 싶은 별명이 쓰여진 명찰을 달고 수줍게 자기소개 하던 시간을 떠올려본다. 어린이의 경우 00학교 00학년 000학생, 어른의 경우는 어디어디 소속된 직함 또는 누구누구 엄마로 불리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소개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참여자들에게 공감과 재미, 자유가 충족되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 경험이 아이들에게 정말 놀이터가 실현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높이는 작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더욱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그 동안 눈치보고 잔소리 들으며 놀았는데, 이제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놀이터를 만들어주기 위해 모이는 자리가 생겼으니 얼마나 기대가 될까 싶다.
  
<놀이기획단>과 <워킹그룹>의 기획안은 <강북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한_어린이를 주체로 한 팝업 놀이터 기획> 공론장에서 토론 제안안으로 제시되었다. 공론장 활동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한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