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집을 지어 줄 시공사를 찾는 문제는 집짓기의 성패를 결정한다.
최지희
멱살잡이는 흔한 일이었다. 협박, 사기가 예삿일이고 각서와 고소장이 난무하며 갈 데까지 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집짓기의 세계란 흡사 전쟁터였다.
흔한 사례는 '눈탱이' 유형이다. '다 알아서 해 주겠다'는 깔끔한 제안은 집을 처음 짓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솔깃하다. 땅 구입부터 복잡한 인허가 과정과 예상하지 못한 갖은 비용 지출까지, 집짓기 길목에 들어서자마자 벌써 기진맥진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산에 맞춰 척척 해결해 줄 테니 전부 맡기라는 제안은 고마울 지경이다.
허나 막상 완공된 집을 보니 수상하다. 당초에 제시했던 고급 인테리어는 온데간데없고 딱 봐도 '저렴이'들의 향연이다. 유명회사 비싼 창문을 특별히 싸게 해 준다더니 창틀만 그 회사 제품이고 정작 중요한 유리는 싸구려다.
골조, 단열재처럼 보이지 않는 내부에는 성능과 원산지 불분명한 제품이 채워지고 심지어 정화조 뚜껑, 보일러 연통 등을 '당근' 재활용해 시공하는 알뜰살뜰(?) 신공을 뽐내기도 한다. 그래도, 비록 눈탱이는 맞았지만 돈만 잃었다면 선방이다.
최저가 마케팅의 본색
'배 째라' 유형의 심각함은 차원이 다르다. 이 경우 전형적인 루틴이 있다. 기부 천사도 아니면서 '평당 몇백씩 싸게 드려요!' 최저가 마케팅으로 밑밥을 뿌린다. 전국 팔도 수백 채의 집이 자기 손을 거쳤다면서 정작 다른 회사가 만든 화려한 집 사진을 전시한다. 이 바닥에 '추잡한' 자들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화려한 언변을 친근하게 쏟아내며 맘씨 좋은 형님, 누님처럼 군다.
일단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본색을 드러낸다. 추가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땅이 엉망이라 공사 난이도가 높다', '시멘트 차가 몇 대 더 들어왔다' 갖가지 이유들이 매번 새롭게 갱신된다. 계약서를 들이밀고 항의해 봐야 소용없다. 애당초 '타협 불가'가 목적이다. 그들은 추가금이 입금되는 순간까지 공사를 멈추고 '배 째라' 모드에 들어간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공사를 시작한 상황에 애타는 사람은 건축주뿐이다. 어떻게든 집을 완성해야 하는 처지에서 선택지는 별로 없다. 지속적으로 추가금을 뜯기며 완공까지 속을 끓이든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변호사 비용 들여 고소‧고발로 응징하고 다른 업체를 섭외해 돈을 배로 들여가며 집을 짓든지. 이러나저러나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인형의 집' 유형이다. '인형집도 이것보다는 좋겠네' 수준의 부실시공으로 영원히 고통받는 사례이다. 창문과 벽 틈으로 물이 스며들고, 천정에서 비가 뚝뚝 떨어진다. 창문이 절반만 열리고 반듯해야 할 벽은 점점 휘어간다.
설마 그 정도까지야 싶겠지만 이보다 참혹한 현장도 차고 넘쳤다. 이쯤 되면 화병에 걸리는 건 기본 옵션이고 가정생활도 원만할 수 없다. '집 짓자 꼬드긴 네가 문제다', '이 업체 믿을 만하다고 했던 건 너다' 책임추궁과 비난의 시간이 끝없이 이어진다.
오죽하면 '집 지으면 십 년 늙는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업계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 둘 키우면서 이미 5G 속도로 재빨리 늙은 마당에 난 더 이상은 늙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을 공갈 협박하면서까지 감행한 집짓기는 인생 최대의 몰빵 쇼핑이었다. 장래의 재산까지 가불해서 꼬라박는데 '배 째라' 업자한테 '눈탱이' 맞고 '인형의 집'에서 살 순 없었다. '믿음의 벨트'를 찾아내야만 했다.
'믿음의 벨트'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