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가봐야 할 쾰쉬의 성지 '가펠 암 돔'
윤한샘
쾰른에는 원조 쾰쉬인 수너를 비롯해 프뤼, 돔 쾰쉬 등 다양한 쾰쉬가 존재한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맥주는 단연 가펠 쾰쉬다. 가펠(Gaffel)은 1908년 베커 형제에 의해 설립된 쾰쉬 브루어리다.
가펠이라는 이름은 쾰른에서 자유를 갈망했던 길드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 쾰른은 대표적인 한자동맹도시이자 자유도시로, 영주와 교회로부터 저항한 길드 연합체가 존재했다. 이들은 투표를 통해 의사 결정을 했는데, 이때 사용한 포크의 이름이 바로 가펠이다. 베커 형제는 가펠이라는 이름을 통해 권력에 대항하고 자유를 쟁취하고자 했던 쾰른의 정신을 담고자 했다.
가펠 쾰쉬는 전형적인 쾰쉬의 모습을 갖고 있다. 4.8% 알코올 도수와 아름답고 투명한 황금색 그리고 깔끔하고 청량한 목 넘김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에일 효모에서 나오는 청사과향이 있었으나 지금은 부드러운 꿀향과 섬세한 풀향이 혀와 코를 즐겁게 한다.
화룡점정은 역시 슈땅에다. 가펠 쾰쉬는 200mL 슈땅에로 마셔야만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뚝배기에 담긴 김치찌개나 양은 냄비에 먹는 라면과 같은 이치랄까? 섭씨 5~7도의 찬 온도의 가펠 쾰쉬를 슈땅에로 쭉 들이키면 그 어떤 액체보다 맛있다.
쾰른 대성당을 바라보고 있는 가펠 암 돔(Gaffel am Dom)은 반드시 가봐야 할 쾰쉬의 성지다. 근처만 가도 쾰쉬의 포스를 느낄 수 있다. 저마다 가펠 로고가 붙어있는 슈땅에를 들고 수다를 떨거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용기 내어 가펠 쾰쉬를 주문해 보자. 웃음을 띤 쾨베스가 반갑게 맞아줄 테니. 꼭 자리에 앉지 않아도 괜찮다. 건물 벽에 기대어 대성당을 바라보며 쾰쉬를 마시면 그보다 자유로울 수 없다.
쾰른에는 '쾰쉬는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언어'라는 시답지 않은 농담이 있다. 쾰쉬가 상황에 따라 쾰른의 사람, 쾰른의 언어, 쾰른의, 쾰른의 맥주 네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표현이다. 독일답게 농담은 별로 재미없지만 그 속에 쾰른의 자존심이 숨어있다는 걸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쾰쉬는 절대 권력에 대항해 자유를 쟁취하고자 했던 쾰른의 정신을 품고 있다. 만약 맥주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면 그 주인공은 쾰쉬일 것이다. 맥주로 자유롭고 싶은 자여, 여기에 길이 있다. 푸른색 가펠 쾰쉬로 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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