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0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군관계자에게 설명을 들으며 쌍안경으로 북측을 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나 대한민국은 답하지 못한다. 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를 수립하고 징병을 시작한 이래 70년 넘도록 누가, 무슨 의미와 필요로 어떤 형태의 병역 의무를 부여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한국의 징병제는 시작부터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다.
처음 징병을 시작한 건 1951년 한국전쟁 중이었다. 그 뒤로 징병은 '조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마땅히 유지되어야 할 시스템이었다. 4년의 전쟁과 군사정권 30년은 징병제를 한국인의 숙명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병역 의무를 향해 새로운 물음들이 쏟아지니 답할 재간이 있겠는가.
세상에 당연하고 마땅한 제도는 없다. 적어도 민주주의가 통용되는 사회에선 법과 제도가 그렇게 형성될 수 없다. 지금 국방부가 해야 할 일은 BTS의 병역을 면해 줄 것인지 아닌지 여론의 향방을 살피는 일이 아니다. 여론 따라 병역 의무를 부과할 거면 대체 법과 제도는 뭐 하러 만드는 것인가.
이 기회에 병역이란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그러자면 병역 의무에서 '신성'의 껍데기를 걷어치워야 한다.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면 국가도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인구가 줄어들어 현재의 병역 제도와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 일이 점점 한계에 닿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병역제도 개편 논의를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병역제도 개편은 1~2년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다. 적어도 15~20년의 장기 계획을 갖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나라의 안위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논의 시점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우리는 아직 어느 길로, 언제 접어들지도 얘기해보지 못했다. 반드시 모병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명백히 예견되고, 국민들도 병역 의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한 이 시점은 절대 시기상조가 될 수 없다. 조속히 병역 제도 개편을 위한 범정부-시민사회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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