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눈들이 그려준 것과 너무도 닮은 제비 둥지.
김승재
"어, 여기 제비 둥지가 있나 본데?"
내 앞에서 서로 장난질을 걸고 있던 딸과 아들이 물었다.
"제비? 날아다니는 제비 말이에요? 어디에?"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친구 부부도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 같았다. 멀쩡한 두 눈으로 보고 있다면, 그곳은 제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기 힘든 곳이었기 때문이다. 난 제비 소리가 나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그곳에는 정말 제비 둥지가 있었다.
"와! 진짜 제비다. 와, 저 제비 새끼들 밥 달라고 입 벌리는 거 봐. 너무 귀여워."
식당 입구 위, 지붕 바로 아래 제비 둥지에는 두 마리의 새끼 제비가 열심히 지지배배 울어대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맛있는 막국수를 먹는 동안 창밖에서는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오는 어미 제비의 모습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고, 일행들은 어떻게 거기서 소리로만 제비 둥지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이 세상 생활을 하게 되면서 나는 내 귀가 보여준 이미지를 여러 번 경험했다. 작은 산길을 걸으면서 누구도 보지 못한 작은 냇물을 소리로 볼 수 있었고, 멀리 계단 아래에서 모습이 나타나지도 않은 일행의 도착을 누구보다 먼저 안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소머즈의 귀를 갖게 된 건 아니다. 눈으로 볼 수 있었을 때보다 좀 더 예민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 건 당연히 아니다.
내가 눈으로 볼 수 있었던 때는, 어떤 냄새를 맡거나 어떤 소리를 들으면 곧바로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시각적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지금은 코와 귀 그리고 피부나 혀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온 시각적 이미지와 적절히 조합해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골목길 어디에서 막걸리 냄새가 난다면, 눈으로 볼 수 있었던 때에는 그 냄새의 출처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막걸리 냄새를 맡으면 바로 머릿속에서 막걸릿집이 그려진다. 동행한 사람들이 막걸릿집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주면 난 냄새를 추적해서 골목 안쪽이나 시선이 닿지 않는 어떤 곳의 이미지를 곧바로 떠올린다. 그것이 용케 맞을 수도 있지만 사실 틀리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