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 주민 모두에게 조건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우리나라에서는 연천군에서 실시 중인 농촌기본소득이 유일하다. 그러나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완화한 기본소득은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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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소득을 지급하는 파격적 제도다.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을 핵심 원리로 삼는다.
기본소득은 우리나라에서 알파고를 업고 명성을 얻었다. 모든 인간이 이세돌 기사처럼 인공지능에 패배하고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공포 속에 소득 대안으로 화두가 됐다.
코로나19 초기에 보편적이며 조건없이 지급되었던 1차 전국민재난지원금은 모두에게 기본소득 체험을 시켜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제를 주장하며 전국적 관심을 끌었고, 대선후보까지 되어 전국민에게 이 제도를 알렸다.
그렇게 높아가던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올해 20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듯한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기본소득제는 이렇게 사라지는 유행인 것일까? 청산면 현장의 주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기본소득에 대한 경험과 스토리는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이전까지 청산면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은 먼 이야기였을 것이다. 인공지능도 대선도 농촌 주민 개인의 삶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사실 지금까지 기본소득 논쟁은 추상적이었다. 자동화니 인플레이션이니, 푼돈인지 목돈인지, 재정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 현란하고 중요해 보이지만 실은 체감되지 못할 논쟁 안에 너무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험이 시작되자 스토리는 달라졌다. 당장 내게 농촌기본소득이라며 쥐어진 지역화폐 카드는 내 삶이다. 기본소득은 쌀이고 의사이고 약이며, 농기계이며, 소고기인 것이다.
현장에서 정책 시사점도 나온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청산면의 기본소득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 몇 가지가 드러난다. 음식 같은 생필품 조달에서는 기본소득의 역할이 확실하다. 상당 부분 바우처나 현물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와 관련해서는 문제의 절반만 해결해 준다.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그 나머지 절반이다. 교통약자의 이동과 관련해서는 기본소득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국가가 깔아야 하는 인프라의 역할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 현금 대신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좋지만 소비자 개인들은 불편을 느낀다. 풀어야 할 갈등이다. 모두 전문가들이 끝없이 갑론을박하던 문제들이다.
다양한 형태로 전국에서 실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