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에 따르면 고학력자이면서 고자산가인 사람들(상인 우파)은 여전히 대표적 우파정당에 투표하지만 고학력자들(브라만 좌파)은 대표적 좌파정당에 투표한다. 그 결과 주요 정당들은 모두 엘리트들만을 대표하게 되었다.
셔터스톡
이 의원의 이런 대답에서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저소득층의 좌파 정당 이탈과 극우화에 대한 토마 피케티의 분석이 떠올랐다. 피케티는 1980년대 이후 불평등 심화가 왜 계급정치의 강화가 아닌 외국인 혐오 포퓰리즘과 정체성의 정치(젠더, 종교, 장애, 민족, 성적지향, 문화 등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 또는 사상), 그리고 계급정당 체계의 동요로 귀결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미국, 영국, 프랑스 세 나라를 사례로 대표적인 좌파정당의 지지자 변화를 그 이유로 지목했다. 이 좌파정당들은 60년대까지는 저학력자=저소득자가 투표하는 정당이었으나 점차 고학력자=중간 이상 소득자가 투표하는 정당으로 변해왔으며, 이에 따라 이들 정당의 정책 역시 지지자들의 이익과 정서에 맞게 변해왔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고학력자이면서 고자산가인 사람들(상인 우파)은 여전히 대표적 우파정당에 투표하지만 고학력자들(브라만 좌파)은 대표적 좌파정당에 투표한다. 그 결과 주요 정당들은 모두 엘리트들만을 대표하게 되었다. 이것이 좌파정당이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한 민주적 대응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이유이자, 극우 포퓰리즘이 창궐하는 원인이다.
브라만 좌파화가 대안인가?
따라서 피케티에 의하면 좌파정당들의 지지기반 변화(그리고 두 지지기반을 조화시키지 못하고 점차 브라만 좌파의 정당이 되어간 것)는 이 정당들의 위기의 해법이 아니라 원인이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위기의 해법은 강력한 재분배 정책이다. 좌파정당이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민주적 통제를 달성할 때 저소득층의 분노가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며, 민주주의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느 때보다도 양극화되었던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강남좌파'와 '수도권 지지층'의 지지상실 때문에 민주당은 '대중정당화', 즉 포괄정당적 성격의 강화를 모색하게 됐을까? 그러나 이미 민주당은 충분히 포괄정당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를 배제하지 않는, 부자도 대변하는 정당으로 향한 한 걸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브라만 좌파화가 민주당의 대안인가? 한 정당이 부자와 사회경제적 약자를 모두 대변하는 것이 가능한가? 민주당은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가?
연달아 큰 선거에서 패배하고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지금 민주당에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을까 싶은데 막상 당 내부에서는 당헌 80조 개정이 훨씬 더 중요한 현안인 것 같다. 민주당은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