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이후 대규모 난민 발생 원인과 현황. 자료출처 : 퓨리서치센터, 유엔난민기구.
스태티스타
최근 들어 기후난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쟁은 전통적으로도 그리고 현재에도 난민 발생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많은 난민을 발생시킨 사건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국민의 35%인 690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두 번째로 많은 난민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내전으로 발생한 630만 명의 난민이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아프가니스탄과 소련의 전쟁으로 560만 명의 난민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7월 말까지 990만 명을 난민으로 내몰았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예멘 내전은 7년 동안 400만 명이 넘는 실향민을 발생시켰고 그중 수십만 명이 국경선을 넘었다. 제주도에 온 500여 명의 예멘인들은 수십만 명 중 아주 소수였다.
전쟁이 난민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전쟁과 군사 분쟁에 책임 있는 국가들이 난민 발생에 대해서도 큰 책임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예멘 난민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앞선 연재글 '
한국은 어쩌다 전 세계 '큰 손'이 됐나'(
http://omn.kr/1zol4)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은 세계 무기 시장에서 손에 꼽히는 큰 손이고, 큰 손들 가운데서도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는 국가다. 한국산 무기와 시위진압 장비가 세계 곳곳에서 쓰이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전쟁과 군사분쟁에 대해, 그로 인한 난민 발생에 대해 한국은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나라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난민 발생 원인인 전쟁과 군사분쟁에 대한 책임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한국산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 많은 무기 수출이 더 많은 전쟁과 무력 분쟁으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더 많은 난민이 발생할 거라는 너무 쉬운 예측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소년병으로 후티 반군에 끌려갔다가 도망쳐서 한국에 온 난민 나데르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수월한 인터뷰를 위해 질문지를 먼저 보냈는데 나데르에게서 답장이 굉장히 늦게 왔다. 그마저도 문장이 엉망이어서 아랍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분이 고생했다.
그런데 인터뷰 당일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나데르의 대답을 친구가 글로 써줬다는 것이다. 내전이 길어지다 보니 많은 예멘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하고 있고, 그 때문에 안 그래도 쓰기 어려운 아랍어를 쓸 줄 모르는 청소년이 제법 많다는 것이었다. 전쟁 때문에 모국어를 쓰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나의 감각은, 한국 사회의 상식은 전쟁의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너무 무뎠다. 인터뷰 말미에 나데르에게 한국이 판매한 무기가 예멘 내전에서 쓰인 사실을 아냐고 물어봤다. 나데르는 당황하며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정부가 자신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우리는 부끄러움을 삼키며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나데르의 당황스러운 표정 앞에서 예멘 내전에 책임이 있는 한국 국민으로서 우리는 적어도 미안한 마음,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그 마음 바탕으로 한국 정부에 더 많은 난민을 책임감 있게 수용하고, 적어도 분쟁지역과 그 인근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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