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불분명한 발언이 오가는 회의자리는 무척 당황스럽다.
최유리
싫어도 해야 한다. 그래서 회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세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첫째, 회의는 참여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같은 회의에 10년째 참석하고 있는 사람이든, 처음 참석하는 사람이든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보 공유의 기준은 처음 참석하는 사람에게 맞춰져야 한다. 그렇게 1차, 2차 회의를 거듭해가며 회의 참여자들의 정보 공유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논의에 필요한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분명히 결정하고 함께 진행해야 할 일들을 꼼꼼히 짚어가며 진행하자. 사전 합의가 없는 회의는 말꼬리 잡다 산으로 간다.
둘째, 회의를 통해 어떤 결과를 도출할 계획인지 정해놓고 시작하길 바란다. 함께 진행하고자 하는 하나의 일이 있다면, 목적에 관한 이야기인지, 혹은 방법에 관한 이야기인지, 대상에 관한 이야기인지 명확히 구분하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결과를 정리해야 한다.
일단 이야기를 듣고 결론을 내보자는 계획은 계획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상명하복 문화에 찌들어있는 한국의 조직에서 최고 권위자의 의견이 결론이 되고 만다. 모든 구성원들이 마지못해 따라가는 수동적인 결론 말이다. 회의 주재자는 보고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회의의 목적에 맞춰 다 같이 만든 결론을 정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 회의가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회의를 할 이유가 없다. 조직은 각자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활기차고 생산적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 전제다. 누군가의 발언이 한 사람만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의견이 나왔다면 다양한 의견을 보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각자의 생각을 덧붙이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강점을 파악하고 함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회의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된 말들은 그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못하는 것을 잘하는 것은 어렵지만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은 정말 쉽다.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할당받은 일을 묵묵히 하는 게 제일 쉽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을 일답게 만들어 나가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회의가 힘든 이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 회의는 그 자체로 일이 될 수 없다. 회의는 일을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회의만 하다가 하루를 끝내놓고서는 온종일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지 말자. 그게 제일 싫다.
없어도 되는 회의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내는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면 회의해서는 안 된다. 혼자서 결정하고 통보할 요량이라면, 논의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보고만을 위한 회의라면, 회의가 타인의 일을 그저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하지 말자.
눈으로 글을 읽는 속도가 입으로 말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초등학교에서 그 어려운 받아쓰기를 해가며 문자를 배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보고를 위한 회의라면 문서로도 충분하다. 시간을 단축해 조금 일하고 많이 놀아야 한다. 놀아야 행복하다.
재밌는 사실은 혼자 노는 것 보다 함께 노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함께 놀기 위해서는 함께 할 줄 알아야 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회의 하지 말자.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유명 패러디처럼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다짐받는 사람들이 아니면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