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8월 29일 한국전력공사 경남지역본부.
윤성효
날로 오르는 물가 때문에 걱정이 많다. 전기요금, 가스요금도 오르고 있다. 이런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윤석열 정권은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얘기가 '호화 청사 매각'이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 확보
헛웃음이 나오는 얘기다. 물론 공공기관 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포인트가 틀렸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을 확보하고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있는 사업들을 검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예를 들어보자. 한전은 2021년에만 66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 비용을 썼는데 이중 3조 원 가까운 돈을 송·변전설비 건설에 매해 지출하고 있다.
물론 꼭 필요한 비용이라면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마치 영수증 없이도 쓸 수 있어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처럼 전혀 투명하지 않게 사용되는 막대한 자금이 있다면? 그리고 거액의 사업비가 지출되는 사업의 필요성·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돈으로 무마해 왔다면? 그렇다면 개혁의 1차 대상은 바로 이런 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한전이 송전선·변전소 등을 건설할 때 사용하는 '특별지원금' 문제다.
송전선 건설과정에서 뿌려지는 특별지원금
필자가 특별지원금이라는 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3년 밀양 송전탑 문제를 접하면서다. 당시에 한전은 밀양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특별지원금 257억 원을 뿌려서 주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놀랍게도 이 '특별지원금'이라는 돈은 법령에 근거도 없는 돈이었고, 법에서 정해진 보상금도 아니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내는 공공요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법에 근거도 없는 거액의 돈을 뿌린다는 것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확인한 결과, 이 돈은 한전 내부 지침에 의해 사용되는 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건 특별지원금 지급의 근거가 되는 한전 내부 지침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마을별로 지급된 내역도 공개되지 않는다. 심지어 한전은 "국회의원이 자료요구를 해도 보여주기만 하고, 다시 회수해 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나 검찰이 쓰는 특수활동비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세상이다. 공기업이 쓰는 돈 중에, 이렇게 불투명하게 사용되는 돈이 있다는 건 큰 문제다. 지난 6월 23일 광주지방법원은 이 특별지원금 관련 정보공개거부처분소송에서 '정보를 비공개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특별지원금 지급의 근거가 되는 내부 지침과 마을별 지급내역을 비공개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소송 과정에서 한전은 자료가 공개되면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요성·타당성 문제 제기, 돈으로 무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