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급은 해가 갈수록 생산성 향상과 관계없이 임금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정 연령에 이르면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는 이런 이유로 탄생했다.
셔터스톡
2015년 정부는 임금피크제 권고안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배경으로 공공기관의 연공급 급여체계로 인해 연령별 생산성 수준 등이 보수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것이 과연 정부에는 해당되지 않고 공공기관에만 해당되는 것인가?
참고로 일본의 경우는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정부(공무원)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공공기관들의 임금체계나 제도는 거의 대부분 국가 공무원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했다. 일본은 공무원이 먼저 변하면 공공기관도 변화한다는 인식을 갖고 공무원이 먼저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상 임금피크제의 배경과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해 보자. 크게 임금피크제 폐지, 임금피크제 보완, 기반 마련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궁극적으로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임금피크제 자체의 타당성이나 임금삭감률의 근거 부족은 제도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한계다. 제도의 실행가능성이나 수용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제도의 목적 달성에 이미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대신 초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정년 연장 제도와 노동력 활용 제도를 폭넓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현행 임금피크제가 이런 판단기준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 물론,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연공급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해야
둘째, 당장은 임금피크제 보완이 필요하다. 임금피크제가 더 나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되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직 공무원의 정년은 2013년에 이미 60세로 통일됐는데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공공기관별로 탄력적인 정년제를 운용했다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만 유독 국민연금 수령 연령(현재 63세)과 정년(60세) 간에 불일치가 심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정년연장 논의가 있어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 다만, 새로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업무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든, 보완하든 향후 더 나은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직무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적합 직무를 개발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직무의 가치를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 현실에 맞게 연공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의 직무급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단, 노사 공동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면밀한 직무평가와 하후상박형의 직무급 체계를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는 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직무성과급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아울러 고령자의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직무를 개발해서 당사자가 직업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게 하고, 소중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고용을 유지하고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다. 생산성 향상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은 최대한 보전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 고령자 단시간 노동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초고령사회 대비해 정년연장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