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4시간인데 비해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7.6시간으로 1.8시간의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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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8시간의 돌봄 공백
작년에 가르쳤던 한 석사과정 학생은 덴마크에서 보육교사를 하다 온 친구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복지수와 출산율이 높기로 유명한 덴마크에서는 대부분 4시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한다.
한국은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유럽보다 길게 책정되어 있지만,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실제로는 오후 5시까지 아이들이 하원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에서는 일하는 아빠에 비해 일하는 엄마가 돌봄을 훨씬 더 많이 담당한다. 일하는 엄마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4시간인데 비해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7.6시간으로 1.8시간의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
따라서 일하는 부모의 경우 자녀를 하원 시켜 줄 친인척이 없으면 도우미를 고용해야 한다. 웬만한 봉급생활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무상보육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자녀 양육에 대한 그 밖의 경제적 부담, 특히 사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 한 청년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한국의 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로 교육열이 비슷한 일본의 1.30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젊은이들보다 부모가 되는 것을 더 주저하는가?
먼저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를 살펴보자. 비정규직 증가는 슬프게도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의 경우 특히 심각하다. 한국 노동시장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생각하면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정규직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부모가 되는 것을 미루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이는 20대에 출산하는 여성의 비율이 유럽과 비교하여 굉장히 낮고,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유사한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훨씬 낮은 이유 중 하나다. 경제 여건이 마련된다고 해도 출산을 늦게 시작할수록 부부가 원하는 자녀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한국의 저출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양극화는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만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일자리 질의 양극화로 진행되어 왔다.
한국은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임금 수준이 현격하게 감소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은 10~99인 규모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57.2% 수준에 그친다. 이에 비해 일본은 그보다 훨씬 높은 83.8%를 유지하고 있다. 1~4인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한국의 평균임금이 고작 대기업의 32.6%에 불과한데 일본은 그 두 배인 65.7%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