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제너럴푸드의 맥스웰하우스에서 최초의 냉동건조 커피 '맥심'(Maxim)을 출시했다.
맥스웰하우스
인스턴트커피의 유행, 자동판매기의 보급과 반비례하는 것은 커피의 질이었다. 네슬레의 네스카페가 주도하던 기존의 인스턴트커피는 가열농축방법을 이용한 분무건조 커피였다. 진공상태에서 200도 가까이 가열하므로 열에 의한 향미의 손실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물에 완벽하게 녹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1950년대의 TV 보급 확대에 맞추어 커피 광고가 홍수를 이루었던 것도 인스턴트커피의 유행을 지속시킨 배경이었다. 미국에서 이를 주도한 것은 제너럴푸드에 흡수된 맥스웰하우스였다. 코카콜라와 함께 TV 광고의 양대 주인공이었다. 미국에서 거래가 금지되었던 로부스타종 커피의 거래가 허용된 것도 이즈음인 1960년이었고, 자동판매기가 지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1960년이었다.
이처럼 커피 자동판매기 성능, 인스턴트커피 제조법, 그리고 커피 광고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졌고, 이에 비례하여 커피의 맛은 점점 더 떨어지는 역설의 현장이 미국의 1950~1970년대 커피 소비시장이었다. 전문가들이 커피 제1의 물결이라고 이름 붙인 바로 그 시기였다.
게다가 커피보다 더 편리하게 마실 수 있는 기호 음료인 콜라가 청소년들의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기 시작함으로써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커피는 미국의 음료 시장에서 위기를 맞게 된다. 커피의 질이 낮아지는 것과 함께 1인당 소비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미국인 하루 커피 소비량은 1962년에 3.12잔에서 1967년에는 2.86잔으로 하락하였다.
인스턴트커피의 맛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냉동건조법의 발명이었다. 미국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50퍼센트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유지하던 제너럴푸드의 맥스웰하우스에서 최초의 냉동건조 커피 맥심(Maxim)을 출시한 것은 1964년이었다.
찬 온도에서 물을 얼려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 공정이었다. 수분을 제거하고 남은 커피를 농축한 후 작은 입자로 분쇄하기 때문에 커피 고유의 향미를 꽤 유지할 수 있었고, 물에도 잘 녹는 장점이 있었다. 설비 비용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지만 대량 생산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미국의 인스턴트커피나 자판기 커피 문화가 이탈리아식의 에스프레소 문화나 유럽식 카페 문화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를 제공하는 커피하우스들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문을 열어 유럽의 향수를 그리워하거나 궁금해하는 문화예술인, 보헤미안, 히피들의 감성을 자극하였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파는 시장도 형성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 무엇도 미국에서 인스턴트커피와 자판기 커피가 주는 편리함과 신속함의 벽을 쉽게 넘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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