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 만의 천만 영화 속 대중 심리

범죄도시2 흥행 속 대중의 욕구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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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minam316)등록 2022.06.13 10:43
#범죄도시2 #천만단상

선과 악의 단순한 구도, 수단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시원하게 악을 응징하는 효능감, 일상에서 누적된 분노를 대신 해소해 주는 액션 타격감. 3년 만의 천만 관객 '범죄도시2'는 답답한 사회, 경제 상황에서 대중의 막힘 가슴을 뚫어주는 청량감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영화가 현실에서 억눌린 대중의 감정을 가상의 이야기로나마 풀어주는 것이라면, 이 영화는 영리하게 그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성, 신속성, 응징, 타격, 복수 등을 갈구하는 대중의 심리와 그 심리를 만들어내는 사회 상황이다. 감염병, 인플레이션, 치솟는 물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리, 불경기, 사회 갈등, 비좁은 기회, 자아정체성 혼란, 불안한 미래 등이 '빠른 응징과 해소'의 욕구를 갖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영화의 장면과 우리가 사는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다양성의 시대에 살며, 원인과 결과가 단선으로 정리되지 않는 복잡계에 산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과정과 절차의 답답함을 감내하는 일이며, 사회악을 처벌하는 데도 민주주의 제도는 그다지 큰 타격감을 주지 않는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대중의 답답함이 누적되면, 대중은 강한 리더십을 원하게 된다. 절차와 과정이 조금 생략되더라도 대중의 울화를 빠르게 해소해 줄 권위적 리더십이 등극하는 과정이 대체로 그러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늘 반지성주의적 선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전후 혼란기 독일에서 히틀러의 나치가 등장하는 과정이 이의 경우다.

영화는 효능감을 선사한다. 힘센 영웅은 절차, 과정에 얽매이지 않는다. 수사권이 없는 해외에서도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거리를 활보한다. 용의자에게는 '진실의 방'에서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단서를 얻어내고야 만다. 고문의 과정은 경쾌하고 코믹적으로 묘사된다. 대사도 기가 막힌다. "이유가 어딨어?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단순하다. 시원하다. 그런데 섬뜩하고 찜찜하다. 누가 '나쁜 놈'을 지정하고, 그가 '나쁜 놈'임을 입증하는 과정을 생략할 힘이 실제로 우리 사는 세상에서 활개를 치게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바라건대, 대중의 억눌린 감정이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해소되어서, 그 감정이 일으키는 반지성적 선택이 현실에서 위력을 발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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