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가 5월 18일 창원에서 "돌봄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 돌봄노동자 고용안정 적정임금 보장 촉구” 관련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윤성효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돌봄은 사회적 의제로 갑작스레 호명되었다. 방역 성과 뒤에는 집단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일상과 사회를 지탱했던 돌봄 종사자와 가정 내 돌봄을 떠안은 가족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림자 노동을 수행하던 노동자들은 '필수노동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해 각국은 인간의 생명과 공공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최우선적인 보호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4월 필수노동자법(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대면이라는 노동과정이 노동의 본질인 돌봄노동은 논란의 여지없이 필수노동자의 정의에 부합했다. 필수노동자에 대한 법·제도적 관심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사회 유지와 복구에 필요한 필수장비처럼 노동자를 동원하고 투입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던 듯하다.
정부의 돌봄경제에 빠진 것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돌봄노동자는 저임금으로 고된 노동을 수행해왔다. 필수노동이라는 개념이 돌봄노동자의 노동권과 그 노동의 사회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까.
해외의 여성주의 경제학자와 활동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여 필수노동보다 좀 더 광범위한 시스템으로서 '돌봄경제'에 관심을 촉구했다. 물론 돌봄경제란 개념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주조된 용어는 아니다.
미국 아메리칸 대학의
돌봄노동과 경제 네트워크(Care Work and the Economy)는 돌봄경제를 "현재와 미래 세대의 양육(nurturing)과 재생산에 기여하는 돌봄과 서비스의 제공을 책임지는 경제 부문"이라고 정의하며 "유급과 무급, 공식과 비공식 부문에서 제공되는 아동 돌봄, 노인 돌봄, 교육, 보건, 개인 서비스, 가정 서비스를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불거진 가정과 공적 영역의 돌봄 위기는 돌봄에 대한 재정투자를 통해 사회의 재건과 돌봄을 중심으로 한 사회로 전환하자는 요구로 구체화되었다. 가령 미국에서 바이든 플랜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차 충전소 신설과 녹색 에너지 확대, 보육시설이나 학교 등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서서, 돌봄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확충, 더 나은 일자리 창출, 돌봄 제공 확대 등 일상 생활을 뒷받침하는 돌봄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월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 급증에 대비하고자 제 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9~2023)에서 돌봄경제 활성화를 천명한 바 있다. 돌봄노동 일자리나 사회서비스 경제가 아닌 돌봄경제란 말이 기본계획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