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슈퍼마켓에 닭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미리 확보해 둔 덕에 아직은 닭을 살 수 있습니다.
이봉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싱가포르 정부는 태국과 협의하여 냉장 닭고기를 대량으로 수입해서 판매하고, 소매점에서 생닭 대신 냉장 닭고기를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수출 금지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시장에서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닭고기만 문제가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닭고기지만 다음에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 수출을 금지하고 설탕 수출량도 제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자 팜유 수출을 한 때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식량이 무기가 되었고 식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이 상황이 전시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진행되고 있는 식량 무기화 추세에 한국도 안전지대일 수는 없습니다. 세계 7대 곡물수입국인 한국의 곡물자급률(2020년 기준)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입니다. 주식인 쌀의 경우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그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밀은 0.8%에 불과하고, 콩은 30.4%입니다. 수급 상황에 따라 우리 식생활에 큰 충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식량안보 OECD 최하위 수준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을까요? 올 해 4월 식량자급률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농림식품축산부는 보도자료를 내서 "밀·콩 자급률 제고 등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의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산하 경제분석기관(EIU)에서 식량안보 불안요인 등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고자 2012년부터 전 세계 11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 발표하고 있는 "세계식량안보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식량안보의 핵심요소로 천명한 식량의 부담능력, 식량의 공급능력, 식품의 품질과 안전, 천연자원 및 회복력 등 4개 항목과 각각의 세부항목을 바탕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곡물 수급안정 사업·정책 분석 보고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