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소음 허용기준 개편 추진은 부산 해운대구청과 구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김나라
'환경부, 이륜차 소음 허용기준 개편 추진. 해운대구민이 다함께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지난 3월 말, 동네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박수를 쳤다.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관광지에서 한참 먼 오래된 주택가인데도 오토바이와 스포츠카 소음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창문을 닫을 수 없는 여름밤에는 열대야보다 소음이 더 무서웠다.
주민 피해가 계속되자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9월 해운대구청장이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소음 허용기준 하향 청원을 올렸다. 이외에도 구는 15개 지자체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공론화를 위해 노력했고, 6개월 만에 성과를 얻은 것이다.
새로운 허용기준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실효성을 따져보기는 어렵지만,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과 지자체의 노력이 개선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또 다른 이륜차 법규위반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다. 해운대구에 사는 A씨(36)는 얼마 전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초록불을 무시하고 직진하는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다. 오토바이가 급히 방향을 틀며 손바닥 한 장 차이로 사고를 피했지만, 운전자는 사과 한 마디 없이 떠났다.
나 역시 몇 달 전 횡단보도에서 신호 위반 오토바이에 부딪쳐 뇌진탕을 겪었다. 그 후로 밖을 걸을 때는 어디서 오토바이가 튀어나올 듯해 불안하다.
실제로 10분 남짓 걷는 사이 불법주행 이륜차를 예닐곱 대나 볼 정도로 법규 위반이 난무하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보호구역의 언덕길 인도를 당당히 달려 내려오는 것은 점잖은 수준이다. 인도로 달리다 신호위반을 한 뒤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헬멧 미착용 운전자의 활주에는 영화 속 추격신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전국 3위, 현실은
부산은 지역적 특성상 더욱 조심스럽고 배려 깊은 교통문화가 필요하다. 우선 평지가 좁고 산이 많은 개성 강한 지형 때문이다. 곳곳에 언덕길이나 산복도로가 있는데, 여기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나 싶을 만큼 가파르고 높은 곳도 적지 않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좁은 골목도 많다.
게다가 부산은 전국 7대 대도시 중 가장 고령화돼 있다. 지난해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겼다. 그만큼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교통약자가 많다는 뜻이니 주변을 잘 확인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하지만, 오히려 운전자 자신과 타인의 목숨까지 건 '기개'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