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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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화 등 피복류 예산 감액으로 장병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 실제 피해는 없을 거라는 국방부 장관의 해명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군은 피복류 조달에 있어 예산 편성은 과도하게 해놓고, 실제 집행은 적게 하거나 경쟁 입찰로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예산 잔액을 과도히 남겨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육군은 전투화를 20만 8천 개 조달할 계획으로 예산을 편성했으나 실제 집행된 수량은 13만 개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집행 잔액은 47억 원이다. 운동화의 경우 단가를 2만 8700원으로 잡아 예산을 편성해놓고 실제 낙찰은 1만 6849원에 해 잔액을 38억 7천만 원 남겼다.
이런 식의 방만한 예산 편성은 국방 예산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정권에 상관없이 관행처럼 이어져온 폐습이다. 국방 예산이 뻥튀기 예산이라 지적받으며 주된 삭감 대상이 된 데는 국방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방 예산이 무턱대고 잘라내도 되는 돈은 아니다. 삭감 예산에는 우려스러운 지점도 많다. 쓰임새와 필요성, 계획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는지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다.
추경안에 따르면 2022년도 병영생활관 51개 소 개선 사업은 기존 예산 1885억 원에서 29.2%를 삭감한 1334억으로 책정되었다. 노후 병영식당 등 부속시설 개선 사업은 8.3%가, 노후 관사 개선 및 부족한 초급 간부 숙소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은 22.9%가 삭감되었다.
국방부는 코로나19로 시설 공사 계획이 지연되고 있어 사업 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의 예산을 감액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 1년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풀렸다. 하반기에는 밀린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터인데 한 해 사업비의 1/3을 삭감하는 것은 올해는 그냥 넘기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미 밀리고 있는 사업을 한 해 더 미루는 셈이다.
21세기에 병사들이 이런 데서 지내다니
지난해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병영생활관 개선, 특히 훈련소 생활관을 침상형에서 침대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라는 권고를 남겼다. 국방부 담당 부서와 한참을 옥신각신 한 끝에 만들어낸 권고안이다.
생활관이 복잡한 설계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국방부가 너무 사업 기간을 오래 잡은 것 아니냐는 위원들의 지적이 많았다. 당시 위원들 사이에는 팬데믹 상황에서 다닥다닥 붙어 자는 침상형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조속히 교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실제 육군훈련소를 방문해보니 침대형으로 교체해놓았다며 보여준 생활관도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기존 침상형 생활관에서 침상을 뜯어내고 이층 침대를 다닥다닥 두다 보니 좁은 건 물론이고 층고가 낮아 이층에 자는 사람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