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 함께 한 노동자들에게 '출입금지'로 해고 통보한 울산대병원 (* 5/10 화요일 기준 7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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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mih1403)등록 2022.05.10 12:00
"기가 막히고 속이 상해서, 차마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장례식장에 자리 펴고 앉았다"
 
3월 1일, 평소처럼 출근 했다가 십 년을 다닌 직장 문 앞에서 쫒겨났다. 장례식장 조리실 앞에는 '출입금지'라는 표시만 붙어 있었다. 하루아침에 해고가 되었는데 울산대병원에서는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3월 1일자로 해고되어 두 달 넘게 투쟁 중
생의 마지막을 떠나는 고인에게 제사상을 올리고, 슬픔을 나누는 상주와 조문객들에게 따듯한 밥 한끼를 대접하며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간 일했다.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업체변경 시 고용승계 해야 한다는 울산대병원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 있어 고용은 보장되었다. 그런데 2022년 3월 1일자로 해고가 되었다. 울산대병원은 "장례식장 식당에 입찰하려는 용역업체가 없다. 입찰공고를 수차례 냈음에도 업체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기존 업체와는 계약이 종료되고 새로운 업체와의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울산대병원에서 나가라며 출입을 금지했다. 울산대병원은 전쟁같은 코로나 2년의 시간동안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책임진 노동자들에게 '출입금지' 공고 한 장으로 생계를 끊어버리고 휴지조각처럼 버렸다.

울산대병원의 '용역업체가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
장례식장 청소와 식당 노동자를 해고한 후 병원은 외부로부터 음식을 반입하고, 청소는 알바를 고용하여 미리 계획한 듯 업무를 대체했다. 장례식장 용역업체 입찰기준은 '최근 3년 이내 공공기관,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식당을 용역수행한 업체'이다. 조리 8명, 미화 두 명을 포함해 고작 10명이 일하는 곳에 입찰기준은 높다보니 11차례나 공고를 내도 기준에 맞는 업체가 없었다. 하지만 병원은 입찰기준을 낮추거나 업체의 수익을 보장하는 조치 없이 입찰공고만을 반복해서 냈고, 12차 공고 이후에는 아예 내지 않고 있다. 병원이 장례식장 식당운영에 대해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용역업체와 원청의 갑질, 그리고 노동조합 길들이기
장례식장 노동자들은 그동안 고용승계는 되었지만 임금과 처우는 열악했다. 2018년에는 노동자들과는 전혀 협의도 없이 상여금이 사라졌고,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새로운 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쓸 때마다 '계약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퇴사하면 된다'는 압박을 들었다. 더 참기 힘든 것은 울산대병원 총무과 직원들의 갑질이었다. 총무과의 회식이나 야유회가 있을 때 장례식장 조리 노동자들이 음식과 일회용품을 제공했고, 일부 총무과 직원은 회식 다음 날 조리실로 와서 해장라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번은 장례식장 상가 수가 많아서 음식 준비를 하느라 총무과 야유회 음식 준비가 늦자 불같이 화내는 말도 들어야 했다. 장례식장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업무인 노동자들에게 총무과에서 부당한 업무를 지시한 것이다.
 
장례식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서야 업무 외의 지시사항이 사라졌고 휴게시간도 보장받았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교섭과 투쟁을 하니 병원한테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노동조합 탈퇴하면 다시 고용해준다'는 말도 은근히 듣고 있다.
 
외부음식 반입으로 상주와 조문객의 불만 높아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은 울산 동구지역의 유일한 장례식장이다. 기존에는 장례식장 내부 조리실에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했지만, 조리원들이 해고된 이후 외부음식이 반입되면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 장례식장을 방문한 상주로부터 이전에 비해 음식이 맛이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조리부터 배송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냉장 시설 없는 차로 배송되어 신선도와 위생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음식이 상하거나 오염되어 식중독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울산대병원 장례식장 노동자 해고로 인한 문제가 결국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상주와 문상객, 나아가 울산 동구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진짜 사장인 울산대병원이 해결하라
장례식장 조리 노동자들은 일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다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상주와 조문객을 위해 일하고 싶다. 노동자들은 울산대병원이 필요에 따라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다. 병원은 사람들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함께 하는 곳이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각자의 영역을 책임지며 일하고 있다. 이제 진짜 사장인 울산대병원이 해결해야 한다. 8명의 해고된 노동자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현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연대본부는 울산대병원 장례식장 노동자들이 다시 웃으며 일할 수 있도록 투쟁을 지속할 것이다. 장례식장 해고노동자 울산대병원이 직접 고용하라!

*본 기사는 매일노동뉴스 기고글을 인용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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