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 취향을 알아보는 시간

제1회 라움아트바자 (5.2~5.5)?

검토 완료

이향림(hyanglim87)등록 2022.05.09 09:00
라움아트센터에서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갤러리를 엄선하여 준비한 106인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림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 투자든, 취미든 여기 온 사람들의 목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작품들에 대해 다 관심 있는 사람들일 것. 보다 보면 하나쯤은 갖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다.

어떤 작품을 고를 것인가?

미술 전문가들이 공통점으로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취향'이었다. 자신의 취향을 알아야 관심도도 높아지고, 그에따라 결국 그림에 대한 이해도도 넓어진다는 것. 한 갤러리에 갔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나는 운명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접할수록 내가 한번이 아닌 두 번 이상 보고 싶은 그림을 만날 확률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주로 결혼식장으로 애용되는 라움아트센터 결혼식이 주로 이뤄지는 장소에서 그림 전시를 보게 되니 장소가 주는 신선함이 있었다. ⓒ 수피아

 
 

입구에 전시되어있던 아티아키 갤러리 부스 "아트페어는 다양함을 보여주는 게 중점이 되는데 이 장소의 특징인 결혼식이 주는 느낌에 충실해지자 해서 이렇게 밝은 분위기로 준비했다"고 설명한 아티아키 갤러리의 강성미 공동대표 ⓒ 수피아


건축, 도자, 회화, 조각 등 아티스트의 전시 문화 공간이자 사람과 예술의 소통 플랫폼 아티아키(ARTIARKI) 갤러리의 강성미 공동대표는 "그림을 대할 때는 내가 스스로 커가는 눈높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기회가 잘 없다.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데 좋은 작품을 만나기란 모래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운 일"이라며 "좋은 갤러리들이 고른 작품들을 유심히 보는 것도 안목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떤 작품들이 나의 발길을 사로잡을까?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

 

이우환 작가와 김승현 작가의 만남 텍스트를 회화의 영역으로 가져온 김승현 작가는 퀸의 노래제목 'I was born to love you'를 패러디한 'I was born to decorate your living room'시리즈를 시작하며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작가들을 작품에 등장시켰다. ⓒ 수피아

 
작품을 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작품을 볼 때 누구의 작품인지 설명을 먼저 보진 않고 멀리서 작품들을 한 번씩 훑어본다. 그러다가 나의 발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가까이에서 한 번 더 다가가 본다. 그리고 나서도 또 궁금증이 생기면 뒤로 물러서서 보고 이후에 작가 이름과 제목을 본다. 괜히 먼저 작가의 이름을 보았다가는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작품을 대하는 내 안에 선입견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시간의 중첩을 테마로 하는 이야덴 작가 “나의 테마는 사람이다. 한동안 여행도 많이 못 했는데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작품을 골라봤다. 마치 저의 기억처럼 지워지기도 하고 새로 덧칠되기도 하며 진행 상태에 있다. 그래서 아직 사인이 없다”고 그림에 관해 설명해준 이야덴 작가. 89년 부터 독일에서 활동한 한국인 이야덴 작가는 종이뿐만 아니라 한복 천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이름이 나 있다.? ⓒ 수피아

 
원래 결혼식장인 이곳, 왜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됐을까?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은아 사업개발실 이사는 "우리는 10년 동안 음악 공연 중심의 기획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하였다. 웨딩사업의 이유 또한 가족 단위의 빈번한 행사였기에 시작했던 것이고 이후 공연 문화를 통해서 가족 단위 이상의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문화를 이끌어가고자 아트 콘텐츠로 확장하였다. 앞으로도 아트, 공연, 푸드의 접목을 통하여 소통과 관심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야외에서 한 테이블에 앉게 된 우리들. 그중에는 딸과 함께 자리한 한 소장가도 있었다. 다른 아트페어처럼 너무 북적거리지 않고 너무 많은 작품도 아닌 선정한 위주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고 음식도 잘 나오고 공연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올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야외에서 마련된 음악 공연 그림 전시와 저녁 식사와 와인 그리고 음악 공연으로 '관계'를 만들어준 라움아트바자 ⓒ 수피아

 
현실과 이상 세계를 넘나드는 나비를 모티브로 하는 김현정 작가는 "최근에 처음으로 갤러리 대신 자신이 작품 전시를 직접 준비했는데 너무 많이 힘이 들었다. 갤러리가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는 걸 느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의 힘을 많이 빌려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소장가는 "갤러리가 너무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였는데 독일에서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이야덴 작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멀리 봤을 때는 같이 공생해야 미술시장의 질도 좋아지고 넓어진다"며 "가령 기성작가들이 아닌 신인 작가일 경우에는 갤러리에서 오랫동안 작가들 지원을 많이 해주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큰 노력을 한다는 것. 아직 유럽에 한국에서는 그러한 갤러리가 많지는 않지만, 차차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추세"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림에 대한 깊은 대화가 오갈 때쯤 클래식 음악 소리가 들렸고, 우리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음악과 음식, 와인과 대화에 취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처음 만난 우리들이었지만 다른 그림 전시도 함께 보자는 기약을 주고받고서 헤어졌다. 가족 단위의 관계를 넘어선 타인과의 관계를 지향하는 행사 취지에 너무나 걸맞은 만남이었다. 그림과 타인과 그리고 나에 대해 한 발짝 더 다가간 시간. 중첩된 시간을 얘기하는 이야덴 작가의 작품처럼 아직 내 인생이라는 그림도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며 돌아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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