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쟁일기

우크라이나의 눈물

검토 완료

박신영(psy225)등록 2022.04.22 12:30
한국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책 출판 소식이 전해졌다. 

올가 그레벤니크의 <전쟁일기-우크라이나의 눈물>이 그것이다.  

전쟁일기-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글/그림, 정소은 옮김 ⓒ 박신영


 
투박한 연필그림, 거기에 전해지는 절박함

그림체가 정교하지도, 색채가 화려하지도 않다. 
당연한 일이다. 전쟁통에 어떻게 물감을 들고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연필로 슥슥 그려낸 투박한 그림체가 오히려 가슴에 저며든다. 

작가는 그림과 함께 짧은 메모 형식의 글을 써 두었다. 

나는 그 중 '지하의 아이들'이라는 짧은 글에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전쟁일기 지하의 아이들 챕터 ⓒ 박신영

 
지하의 아이들

내 아이들은 지하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미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집에서는 투정이 많아진다.
무서우니까 그런다.

딸 베라는 묻는다: -우리 언제 지하에 내려가? (전쟁일기 인용)

이 짧은 글에서 나는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머리속에 그려졌다.

어디서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는 아이들의 면모.
그럼에도 두려움을 떨칠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

이 아이들의 현재는 전쟁으로 짓밟히고 있고, 미래에는 이 전쟁의 상처와 아픔, 두려움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

지금 진행 중인 전쟁도 끔찍하지만, 당장의 회복뿐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끌어안고 가야할 많은 상처들을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아무도 원치 않은 강제적 '해방'

작가는 하르키우를 떠나올 때,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남편을 남겨두고 폴란드로 떠날 때, 두 번의 이별에 대해 담담히 서술하면서, "전쟁 9일 만에 그들은 나를 집, 엄마,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해방' 시켜주었다"라고 비꼬고 있다. 

이웃들과 함께 가꾸어온 도시를 파괴하고, 가족을 해체시키고,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게 진정 '해방'인가.

작가는 결코 '해방'되었다고 기뻐하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가족의 해체에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거기에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뚜껑으로 막아놓았을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파트 지하 대피소부터 시작한 그림은, 폴란드 바르샤바를 지나 불가리아 소피아로 향하는 피난길로 마무리된다.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책으로, 30분 정도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그 짧은 글이 주는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 읽고 나서도, 자꾸만 그림들을 들추어보게 되는 여운이 긴 책이다. 
종이책을 잘 사지 않는 요즘 세상에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작가 소개>
올가 그레벤니크.
1986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태어난 그림책 작가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는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엄마이자 아내, 딸, 화가, 그리고 작가이다. 또한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완전히 무너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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