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우리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내린 복합적 판단의 산물이다.
셔터스톡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니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잃게 됐다. 청년들이 겪는 양극화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취업난과 자산 격차가 심해지니 저출산은 자연스러운 현실이 된다.
지금의 저출산은 일과 가족 양립의 어려움을 떼어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하루에 열 시간씩 일하고 출퇴근 시간까지 빼고 나면 개인의 여가도, 가족과 함께하는 삶도 누릴 여유가 없다.
특히 성평등 지수가 바닥인 사회에서 경력을 추구하는 고학력의 신세대 여성들에게는 일과 가족이 양자택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가족생활을 허용하지 않는 기업 중심 사회에서 성차별 관행의 틈을 뚫고 일해야 하는 여성에게 출산과 양육은커녕 결혼마저 사치품이 됐다.
청년 세대에게 삶의 전망을 열어주고, 젠더 평등으로 진전을 이루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음을 세계적인 초저출산 기록에서 알 수 있다.
이제 양극화 해소 대책은 새로운 세대의 요구와 지향을 반영하는 방향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일과 가족의 양립 또한 노동시장과 가족에서 젠더 평등 실현을 축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당면 과제로 제기된 연금 개혁 또한 새로운 세대의 요구에 기초하고 젠더 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양극화 대책, 청년에 초점을
첫째, 좋은 일자리 창출,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의 기회 보장 등 양극화 대책은 청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청년 문제를 생애주기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일시적으로 겪는 어려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예컨대, 지금까지 정부의 관심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가족을 이루는 시기에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는 정책에 집중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어려움이 청년기를 지나고 나면 해소될 일시적 문제인지 의문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기성 세대가 겪어온 것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평생을 살아나가게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청년 문제를 성인 이행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문제만으로 다루는 협소한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문제, MZ 세대의 문제로 보는 것이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향후의 대책은 청년기를 넘어서 중장년기까지의 생활 안정에 대한 비전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 새 세대의 욕구가 일자리·주거·가족관계에서 충족될 수 있도록 긴 시야의 사회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젠더 평등 없이 저출산 해결 안 돼
둘째, 저출산과 일·가족 양립에 대해서는 젠더 평등의 시각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초저출산은 고학력화 한 새로운 여성 세대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이미 2005년 남성을 넘어섰다. 2018년에는 74%를 기록하며 남성의 진학률 66%와 큰 격차를 보였다.
경력 추구 욕구가 강한 이들 여성 세대에게 노동시장 환경은 삭막하다.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 임금은 남성 노동자에 비해 33%가 낮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OECD 평균 임금격차는 1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