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급락한 7일 도쿄 시내의 증시 전광판 앞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닛케이 지수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영향으로 장중 900포인트가 넘게 하락했다. 2022.3.7
연합뉴스
하지만 이 버팀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가장 큰 문제는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자재 값이 너무 올랐다. 1000엔 하던 0.5평짜리 합판 한 장이 1800엔이 됐고, 400엔 하던 20㎏짜리 시멘트 한 포대는 500엔이 됐다. 그나마 이런 자재들은 구할 수는 있지만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들, 예를 들어 리모트 컨트롤 시스템의 변기 비데는 아예 구할 수가 없다. 주문하면 3-4개월은 기본으로 걸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발생한 가솔린 가격 및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상승도 발목을 잡았다. 공사를 하면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가솔린 가득 채우면 작년까지 8000엔 하던 게 지금은 11000엔까지 올라 버렸다. 공사 의뢰를 받을 경우 이런 자재 인상분을 감안해 견적서를 써야 한다. 당연히 견적 금액이 올라간다. 우리의 장점 중 하나였던 공사 가격에서의 경쟁력이 사라진다.
물론 다른 일본 업체들도 가격이 비싸지지만, 문제는 이렇게 되면 처음에 공사를 맡기려고 마음먹었던 클라이언트들이 "좀 참지 뭐..."라고 아예 버텨 버린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물류대란, 원활하지 못한 반도체 수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TV 에서나 보던, 남 이야기라고 느꼈던 뉴스들이 도쿄 변방 조그마한 공무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또 웃긴 게, 그렇게 몇 개월을 버티다 보니 3월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공사의뢰가 서너건 연속으로 들어왔다. 간단한 공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정도는 나오는 규모의 공사인데, 클라이언트가 견적서 협상을 전혀 안 한다. 솔직히 좀 비싸게 썼는데도 무조건 오케이를 외친다. 시간과의 승부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그렇게 3월 들어 일주일에 하나씩 뚝딱뚝딱 완성시키고 있는 공사는, 바로 도쿄도가 전액 보조금을 지급하는 '무료 PCR 검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