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물떼새가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꼬마물떼새는 바닷가에서 흔하게 보이는 새입니다. 꼬마물떼새는 도요새의 일종이기 때문에, 바닷가의 모래밭, 갯벌, 혹은 자갈밭 등에서 주로 생활합니다. 수영을 할 일이 별로 없죠. 그래서 저는 꼬마물떼새가 수영을 한다는 걸 잘 몰랐습니다.
▲ 2021년 5월 4일 꼬마물떼새가 태어났습니다. (오른쪽 아래 머리만 빼꼼 내민 어린새가 보이시나요?) ⓒ 장용창
작년, 그러니까, 2021년 4월에 저는 경남 통영에 있는 저의 집 앞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다가, 꼬마물떼새가 낳은 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두어달 동안 거의 매일 번식 상황을 관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꼬마물떼새 어린새들이 태어난지 나흘만에 수영을 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나흘만에 수영을 하다니. 정말 신기한 모습이었습니다.
▲ 2021년 5월 6일. 꼬마물떼새 어린새는 태어난지 이틀밖에 안되었지만, 혼자 걸어다니면서 먹이를 구했습니다. 제비들처럼 어미새가 어린새들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린새들이 스스로 먹이를 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나요? ⓒ 장용창
저는 논문을 검색해봤습니다. 꼬마물떼새 어린새들이 수영을 한다는 논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전세계 200여 종의 도요물떼새들 중 수영을 한다는 사실이 논문으로 확인되는 것은 20여 종이었고, 그 중 어린새가 수영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은 4종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꼬마물떼새 어린새가 수영을 한다는 이 사실을 논문으로 작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2021년 5월 6일. 꼬마물떼새 부모새는 어린새를 자주 품에 품었습니다. 체온 보호 등을 위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장용창
국립생태원에서 일하는 유승화 박사님이 논문을 함께 써주신 덕분에, 저희가 쓴 논문은 세계적인 도요물떼새 학술지인 Wader Study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도요물떼새를 연구하고 있는 권은비 박사님이 논문 편집자로서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 2021년 5월 8일. 태어난지 4일 된 꼬마물떼새 어린새들이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수영을 하면 체온이 떨어지고, 수중 병균이 몸에 묻을 위험도 있는데, 어린새들은 왜 굳이 수영을 했을까요? ⓒ 장용창
꼬마물떼새를 비롯한 도요물떼새 어린새들이 수영을 한다는 사실은 서식지 관리에서 중요한 정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요물떼새들의 번식지로서 섬을 만들어준다면, 천적인 육상 동물의 위협을 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서식지를 매립 등 인간의 활동으로 교란해 왔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면, 그냥 가만히 두기보다, 적극적인 보전 행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 2021년 6월 10일. 생후 37일째 어린새는 깃털의 색이 어른과 다르긴 하지만, 건강하게 자라났고, 비행도 잘 했습니다. ⓒ 장용창
그런데, 그런 적극적인 보전 행동을 하려면 어떤 서식지가 야생동물들에게 가장 좋은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논문은 <꼬마물떼새 어린새가 수영을 할 줄 안다.>라는 아주 사소한 정보를 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모래알이 없으면 모래밭도 없는 것처럼, 과학 지식이라는 커다란 모래밭에 모래 한 알을 보태게 되어 저는 보람을 느낍니다.
▲ 꼬마물떼새 어린새가 태어난지 4일만에 수영을 한다는 사실을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영어로 논문을 썼습니다. ⓒ 장용창
이 논문의 내용을 비롯하여, 제가 관찰한 꼬마물떼새 번식에 대한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저의 관찰 기록을 <꼬마물떼새 육아 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습니다. 100장 넘는 사진을 칼라로 실었기 때문에, 아마 어린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야생동물들의 생태적 전략>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길 것입니다. 이런 여러 정보를 활용해서, 우리나라가 야생동물들에게도 더 좋은 터전을 제공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꼬마물떼새의 수영을 비롯하여 성장 기간 동안의 행동을 기록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논문의 내용도 한글로 요약해서 담았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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