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하며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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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organ)등록 2022.03.18 15:03
조율이란 노래가 있다
그 노래제목이 참 좋다
 
요즘은 호주에서 귀국한 언니로 해서
주말 또는 평일 휴가를 내어 여행을 하고 있다
 
2주전에는 서해쪽인 격포, 채석강과 고창, 부안 등을 다녔고
지난 주는 동해와 속초, 강릉를 계획했지만
큰 화재가 난 지역이라 평창과 오대산쪽으로 다녔다
그리고 이번 주는 경기도의 남이섬 등을 계획하고 있고 다음 주는 제주도이다.
 
사람들은 자매끼리 잘 맞아 잘 다니는가 보다하고 생각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7살 연상인 언니와 나는 완전 모든게 정 반대이다
 
식성만 보더라도 언니는 육식위주인데 나는 건강식이고
나는 키가 크고 언니는 작다. 언는 희고 날씬한데 나는 검고 통통하다
더위를 타는 언니와 반대로 나는 추위를 타서 내복을 두개 씩 입어야 하고 항상 숙박할때는 전기장판을 휴대해서 깔고 자야 한다.

머리는 이틀에 한 번 감고 샤워는 하루 한번만 해도 충분하다는 방식과 머리는 매일 감고 샤워는 혈액순환이 잘 안되니 하루 두 번은 꼭 해야 한다는 내 방식도 다르다. 그리고 아침은 간단히 계란하나와 커피한잔으로 그치는 나의 방식과 달리
아침에는 꼭 밥과 국과 반찬을 먹어야 하는 언니의 방식도 조율이 필요했다.

조율차원에서 언니의 기호를 존중해야 하니 나는 소화가 잘 되지 않지만 같이 밥상에 앉아 먹되 아주 소식으로 그쳤다.
산에 가면 산 정상까지는 못 가더라도 중간 이상은 올라가야 한다는 언니와
척추협착증으로 산자락길만 걷고 싶고 10-20분만다 쉬어야 하는 나라서 이것도서로 절충해서 다녔다.

형형부가 목사이고 언니는 전도사인데 종교이야기를 하거나 정치이야기를 하면 서로 더 불편해진다. 그래서 대통령선거때는 둘 다 이야기를 삼갔지만 선거전 날에는 결국 언니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결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신경이 돋쳤지만 참았다.
 
그런데 어제 장거린 운전하던 언니와 여성가족부의 폐지에 대해 이야기가 절로 나왔다. 언니는 폐지를 찬성한다면서 그게 왜 필요하냐면서 남성가족부가 없는데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아연해서 말문이 막혔다가 차근차근 설명했다.

여성의 전화가 왜 있을까? 여성성폭력상담소와 가족폭력상담소가 왜 있을까? 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힘으로 문제를 발생하고 권위로 해결하려는 그러한 여성차별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는 성차별과 성평등적인 이야기를 열심히 했다. 그러나 점점언언니의 표정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두 시간 동안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맞고 틀리고는 없다. 필요성을 느끼고 인정하는 그러한 문제의식과 서로의 가치관이 다를 뿐이니깐...

대관령 삼양목장 방문을 앞두고도 자연적이지 않은 조종되는 동물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내겐 불편했지만 동물쇼를 좋아하고 기대를 하는 언니의 의향을 존중해서 갔다. 그런데 겨울철이라 양들의 공연이 없어 양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다음 여행도 조율중이다. 평일에 가야 사람도 적고 운전도 편하다는 언니와
평일에 3-4일 휴가 내는것은 무리라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주말을 끼고 가고 싶은 나이다. 홈쇼핑에 나온 제주도우도요트 여행을 하자는 언니와 그냥 자유여행으로 오붓이 하자는 나...
 
어쩌면 행복한 조율일지 모른다. 순탄하지 않겠지만 결국은 조율할 수 있는 것은
둘 다 고집장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조율할 수 있는 기본은 반만 챙기고 반은 내주어야 하는 마음자세일 것이다.

현재의 대통령과 당선된 대통령의 만남이 불발된 것을 보면서 이것도 지혜스러운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느꼈다. 무조건 다 챙기려는 그러한 것은 통합과 거리가 멀다. 코로나시대에 지친 수 많은 서민들은 정치를 통해서 만족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배려를 받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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