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떡갈나무에게 시집 간 처녀 이야기

하일지 개인전?3.16 갤러리 자인제노 3.25일 4시 아트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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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박건)등록 2022.03.15 09:54
 

늙은떡갈나무한테시집가는처녀 acrylic on canvas 72.5x60.5, 2021, 250 ⓒ 하일지

 
화가로 변신한 소설가 하일지 작가의 네번째 개인전이다. 2014년 출간된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 <누나> 속 이야기들을 33점의 그림으로 살려냈다. 심각하거나 진지한 것들을 비틀어 유머 넘치는 화면들로 구성하고 있다. 

자칫 기법이나 기교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자세히 보면 작가만의 영민한 장치들이 숨어 있다. 붉은 산과 초록빛 하늘, 걸어다니는 나무 등 비현실적인 오브제들을 배치, 구성하여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그림에서 벗어나 하일지만의 독특한 상상세계를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고기한테 강간당한 처녀 acrylic on canvas 65x53, 2021 ⓒ 하일지

 

귀신들의 형상과 빛, 사람과 성교하는 물고기, 거대하고 화사한 자태의 구렁이 캐릭터 들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상의 세계를 독보적 형상으로 창조 해 놓았다. 서사에 걸맞는 천진난만한 형상과 오방색으로 눈길을 끌고 토속적 정취를 디테일하게 살려 냄으로써 그림 속 이야기에 빠져 들게 한다.
 

큰진영감네 밤나무 acrylic on canvas 72.5x60.5, 2021 ⓒ 하일지

 
그런데 나무 가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구렁이 그림에서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어 원근법상 이 뒷간의 처마가 뱀의 뒤로 가게 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묻자 하일지 화백은 "아! 이 그림은 실패작이다. 왜냐하면 이 구렁이의 길이가 4km가 넘는 데 이 작은 캔버스에 도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상상을 뛰어 넘는 길이의 구렁이와 장대한 고목를 표현하기 위해 뒤간의 처마 끝을 고목 앞으로 살짝 내밀어 넣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일지 작품의 매력은 배껴 그리는 기교나 기술에 있지 않고 이렇게 뒤통수 치는 구도에 숨어 있다.
 

학교에다니는소 acrylic on canvas 65x53 2021 ⓒ 하일지

 
무엇보다 하일지 작품의 미덕은 시와 소설가로서의 인문학적 감성을 통해 사라지는 순수와 서사를 살려내고 격조 있는 웃음과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가치가 있다.

3월 25일 4시 갤러리 아트토크가 있다. 작품 속에 스며 있는 애환, 상상, 신화의 세계를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소박한 입담으로 들을 수 있다.
 

작은진영감네대추나무 acrylic on canvas 72.5x60.5 2021 ⓒ 하일지

 
덧붙이는 글 하일지 개인전- 늙은 떡갈나무에게 시집 간 처녀 이야기
전시기간 3.16-3.30 갤러리 자인제노
작가와 대화 3.25금요일 4시 잴러리아트토크- 하일지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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