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시의 이명박.
유성호
그해 11월 27일자 <노컷뉴스>의 <'해도 해도 너무한 정권', 이명박 첫 유세 전투모드로 시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기사는 "이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데에도 주력했다"며 "이 후보는 '지난 5년간은 해도 해도 너무한 무능한 정권이었다'면서 '그뿐만이 아니라 책임감도 너무 없었다'고 정권교체를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이 정권교체론을 공식 표방하기 하루 전날, 보수 언론인 <중앙 선데이>가 그의 의도를 설명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9월 8일자 인터넷판 기사인 '정권교체냐 정권유지냐 이명박이 그은 전선'이라는 기사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대선을 '정권교체' 대 '정권유지' 세력의 대결로 규정하기로 했다"로 시작하는 <중앙 선데이> 기사는 "전선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한 뒤 "이대로라면 올 대선은 이명박 대 노무현의 대결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명박이 상대 후보인 정동영보다는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과의 대결에 방점을 찍게 되리라는 전망이었다.
기자회견 4일 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명박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에서 벗어나고자 청와대를 겨냥해 각종 거짓 주장을 퍼트리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중앙 선데이>는 "청와대가 자신을 검찰에 고소한 데 대한 정면 돌파의 의도가 감지된다"며 이명박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응하려고 노무현을 집중 겨냥하며 정권교체 구호를 표방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중앙 선데이>는 "정치에 있어 '적 만들기'는 고전적 수단이라며 '특히 정책 선거가 정착되지 못한 우리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미움의 대상에 대한 반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한다"는 말로 이명박 진영의 선거전략을 조명했다.
이회창의 문제제기
그의 정권교체론을 지켜보면서 같은 보수 진영의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제기한 문제점이 있다. 이회창은 '정권교체의 질'을 문제 삼았다.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바뀌는 정권교체의 '품질'을 문제시한 것이다.
그해 11월 13일자 <중앙일보> '이명박 리더십 신뢰 못해, 정권교체의 질이 문제다'에 따르면, 이회창은 뉴라이트 대전 포럼 강연회에서 "정권교체의 질이 문제다"라며 "돈 잘 벌고 재주 좋고 출세한 사람", "돈 만능주의와 성공 만능주의에 빠진 타락한 세력", "거짓과 말 바꾸기,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정직과 신뢰를 타락시키는 세력"이라는 말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이런 후보와 이런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질 좋은 정권교체겠느냐고 이회창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명박은 48.67%를 득표했다.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론에 동조한 셈이 되지만, 그 정권교체가 '질 좋은 정권교체였는가' 여부는 이명박이 현재 어디에 있는가라는 사실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뇌물수수·횡령·배임·조세포탈과 다스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