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고등학교를 기술고, 예술고, 과학고로 나눠야 한다"라고 발언해 누리꾼들이 '이미 그렇게 나뉘어 있다'며 당혹스러워 한 바 있다.
실제로 예술고는 1974년에, 과학고는 1983년에 생겼으며, 기술고도 마이스터고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 때 설립되었으니 윤석열 후보는 엉뚱한 소리를 한 것이 맞다.
하지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현재도 과학고, 외고, 예술고, 기술고, 인문계 등 고등학교가 기능별로 나눠져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 외고나 과학고를 나와서 의대에 가는 현실을 바로 잡아 원래 취지대로 정상화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살리자는 것"이라고 답변한 것처럼 이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지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은 공교육의 만족도를 두 배 이상 향상하고 사교육비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의 '학교 다양화 300 정책'이다. 여기서 이명박 정부의 학교 다양화 300 정책과 '학교 다양화 정책'은 차이가 있다.
학교 다양화 정책은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이 도입된 이래 지속된 정책이다. 고교평준화 제도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교 선택권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으로 1974년에 예술분야의 예술고등학교를 시작으로 1983년에 과학고등학교, 1992년에 외국어고등학교, 1998년에 국제고등학교가 설립되었다.
이와 달리 학교 다양화 300 정책 고교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학교 다양화 정책과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정책 속성이 변질됐다. 이 정책은 학교 다양화 정책을 일반고까지 광범위하게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핵심 내용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100개 교, 마이스터고 50개 교 등을 설립하여 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사회 및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먼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는 자립형으로 운영되는 사립학교의 운영 및 교육과정 편성에 관한 자율권을 확대하고 자율형 사립학교에 지원되는 국가 경비를 절약하여 일반 고등학교의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이다. 마이스터고등학교는 직업계고등학교인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당수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 교육 풍토를 개선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장인(匠人)을 육성하여 취업하게 하고 대학 진학은 취업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시점에 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학교 다양화 300 정책은 학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장인을 육성해 사회와 국민의 교육 욕구를 일부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육과정 편성을 왜곡하고 일반 고등학교와 특성화고등학교를 황폐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 확대 정책의 탄생
자율형 사립고 설립은 고교 체제의 다양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안된 교육 정책이다. 자율형 사립고 방안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 개혁에서 자립형 사학의 형태로 제안되었고, 장기간의 교육 정책 연구와 전문가 집단의 논의 및 합의를 거쳐 2002년에 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 2003년에 해운대고·현대청운고·상산고 등이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로 시범 지정·운영되었다.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는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학생들이 일반 학교의 3배 범위 내에서 높은 등록금을 부담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선정된 학교는 우수한 학생을 독점적으로 선발하여 교육할 수 있었고 우수한 대학 진학이라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결국 전국에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진학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가 높아지자 이명박 정부에서는 당시 교육 정책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자율형 사립고 100개교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이라는 양적 목표를 무리하게 달성하기 위해 교육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학교까지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더불어 학교 대부분이 서울이라는 지역에 편중되어 교육의 지역 편중을 가중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결국 자율형 사립고는 정부의 왜곡되고 과도한 정책 추진과 자녀에 대한 우수 교육을 바라는 국민의 교육 욕망이 맞물려 태어난 새롭지만 기이한 유형의 학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