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홍정기 일병의 군번줄.
이희훈
그런데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지원단은 설훈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 '홍 일병 유족은 순직Ⅱ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는 순직Ⅱ형을 받아 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함입니다'라고 써놓고 이어서 순직유형은 국가유공자 지정에 절대적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자식 잃은 유가족을 모욕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순직과 국가유공자 지정은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다. 순직은 국방부 소관이고 국가유공자는 보훈처 소관이라 심의와 지정을 담당하는 부처부터 다르다. 유가족이 보훈처에 가서 국가유공자 지정 신청을 하건 안 하건 국방부는 신경 쓸 까닭이 없다.
그런데 유가족은 국방부가 홍 일병 죽음의 책임을 면하려고 사망 원인을 순직Ⅲ형으로 분류해놓은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국방부는 유가족의 속마음을 제멋대로 예단하여 국회의원들에게 답변한 것이다. 다른 답변 내용 역시 대부분 국방부에 유리하게끔 짜깁기되어 있다.
국방부의 이상한 개정
그러던 국방부가 지난 1월, 돌연 순직 유형 분류 기준을 조정하는 군 인사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를 발표했다. 순직Ⅲ형의 2-3-1 '순직Ⅰ형 또는 Ⅱ형에 해당하지 않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 즉 국가안보, 국민보호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에 사망한 사람도 순직Ⅱ형으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이상한 개정이 아닐 수 없다. 일단 2-3-1 규정은 순직Ⅲ형 분류 기준의 일반 규정으로 이외 순직Ⅲ형 분류 기준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일반규정인 2-3-1을 Ⅱ형으로 옮겨버리면 논리상 나머지 Ⅲ형 규정들 역시 Ⅱ형으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국방부는 2-3-1만 옮겼다.
가령, Ⅲ형의 2-3-6 '출장 또는 파견기간에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Ⅱ형으로 옮겨지는 2-3-1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 국민보호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에 사망한 사람인데 일반규정은 Ⅱ형이 되고, 구체규정은 Ⅲ형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국방부는 입법예고에서 이러한 개정의 이유로 '평시 교육훈련 및 직무수행은 유사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위한 것임에도 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순직Ⅲ형으로 분류함으로써 유족들이 지속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정작 유족들은 국방부의 규정 개정을 반기지 않는 형국이다. 순직 유형 구분을 없애라는 목소리가 자꾸 커지니 국방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규정 개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순직Ⅲ형은 더더욱 '딱히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것은 아니지만 순직으로 인정해준' 천덕꾸러기 취급을 면할 길이 없다.
군대 가서 죽으면 개죽음이요, 죽어서도 차별받는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선 후보들도 그렇다. 보훈단체를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상이군경 손을 잡고 애달프게 쳐다본다고 공동체를 위한 희생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예우는 제도로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군인 순직유형 구분을 없애고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순직'으로 통합하는 것이 맞다. 희생과 죽음에는 무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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