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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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열(panoksun)등록 2022.02.02 12:37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구매하여 배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과의 협의에 의해 성주에 배치된 사드와는 달리, 아군이 직접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최신 전략자산을 판매할 것인지는 차치하고 발상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드가 주로 중국의 탄도미사일 등등을 탐지하고 방어할 목적으로 배치된 것에 비해, 국민의힘은 결이 아예 다르다. 자신들이 집권하는 것을 전제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2천만 수도권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비용이 1조5천억 정도가 소요되는 등등, 주요 공약에까지 포함된 상태다.

    그러나 피차 방아쇠를 당기는 상황이 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직접 위협이 되는 것은 미사일이 아니다. 북한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와 방사포 및 자주포를 다수 배치한 상태다. 실제로 북한은 2010년 11월 23일에 연평도를 포격했을 당시에도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동원했었다.
      레이더 탐지와 요격이 가능한 미사일보다는 한꺼번에 수 천발씩 쏟아지는 포탄과 로켓탄이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위험하다. 우리 포병의 주력인 K-9 자주포가 일제히 수 천발을 발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위험한 것이며, 그런 위험이 상존하는 것은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을 방어하겠다는 이유로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서두에 미국이 사드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발상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튀어나온 '선제타격'이 바로 그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계승된 '전쟁불가'에 궤를 달리 하는 정당이 주장하는 근간은 '북한의 공격의도가 의심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 당연히 먼저 타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고 이번에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만, 전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북한이 공격할 준비에 들어가는 상황을 우리가 눈치 채는 경우 당연히 가만있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훨씬 빨리 알아챈다는 점에 있다.
     첩보위성과 초고공정찰기를 비롯한 전략자산에서도 세계 최강인 미국은 당연히 우리보다 훨씬 빨리 캐치할 수 있다. 그에 따른 분석과 결정 역시 미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며, 미국과 수립한 '작계5015'의 발령에 따른 행동에 나서게 되어 있다.
     작계5015는 전면전이 발발한 상황에서 일단 저지한 다음 미군의 증원을 받아 반격하게 되어 있는 기존의 작계들과는 개념이 다르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30분 안에 선제 타격한다'는 세부사항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나설 이유는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단독으로 선제타격 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은 미국과의 작계를 모르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는 홍준표 의원과의 토론에서 작계 자체를 아예 알지 못하는 광경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정당이 집권당이었을 때 자신들의 신념을 입증할 기회가 두 차례나 있었다. '연평도 포격사건' 8개월 전인 2010년 3월26에는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했다. 연평도 사건 당시에는 아군 전사자 2명과 부상자 16명, 민간인 사망자 2명, 민간인 부상자 3명이 발생했었다. 그 외에 민간과 군 시설 및 가옥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천안함 사건에는 적의 잠수함 공격으로 인해 해군의 1200톤급 초계함이 침몰한데다,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기까지 했다. 연평도와 천안함 사건은 우리 영토와 군함이 직접 공격을 당하는 과정에서 민간과 군의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 장병들의 부모가 피눈물을 쏟는데도 보복은커녕, 입에 담지도 못했던 집권당의 후신이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광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시기에 즈음하여 더욱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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