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집회 방식의 문제점을 보도한 문화방송 PD 수첩
MBC
한국 사회를 강타한 최근의 주요 사건들 배후에 뜻밖에도 비주류 혹은 신흥 종교들이 있었고 이들이 기성 종교에 밀리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었음이 드러났다는 것은, 기독교·불교·천주교가 보유했던 영향력의 상당 부분이 이 종교들로 전이됐음을 보여줄 만했다.
비슷한 일이 지금 우리 목전에서 또다시 일어나고 있다. 검사들로 둘러싸였을 것으로 생각됐던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권으로 가면 극우세력에 둘러싸일 것으로 생각됐던 윤석열이 뜻밖에도 '도사'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기성 종교의 힘이 막강하면, 유력 대권주자 주변에 도사들이 많이 포진하기가 쉽지 않다. 기성 종교의 정치적 영향력이 그만큼 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이후의 굵직한 사례들만 놓고 봐도, 한국에서 종교적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해도 충분할 정도다.
기성 종교의 쇠퇴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의 현상은 과거의 왕조 말기적 현상은 분명히 아니다. 한두 개의 신흥종교가 사회 전체를 요동케 할 정도의 힘을 보유했다는 정황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직전 혹은 인접 단계에 진입해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기성 종교들이 현저히 약해져 비주류나 신흥 종교들의 활동 공간이 커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안 그래도 약화되는 한국 종교의 기반이 코로나 19 이후로 한층 더 취약해졌다는 사실은 작년 5월 2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종교에 대한 인식'이란 주제 하에 진행된 이 조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느냐 감소하고 있다고 보느냐?"란 질문에 54%가 '과거와 비슷하다'(A)고 답했고, 28%가 '감소하고 있다'(B)고 답했고, 18%는 '증가하고 있다'(C)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의 의미에 관해 한국갤럽은 "1984년 이래 처음으로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증감 의견이 뒤바뀌었다"라고 평가했다. A나 B로 답한 응답자보다 C로 답한 응답자가 적어진 것이 1984년 이래 처음이라는 것이다. 한국갤럽은 이렇게 설명했다.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은 1980년대 약 70%에서 1997년 59%, 2004년 54%, 2014년 47%로 줄었고, 이후 7년 만에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1980년대 약 10% → 2014년 19% → 2021년 28%, 같은 기간 '과거와 비슷하다'는 10% 미만→34%→54%로 늘었다."
'증가하고 있다'는 한때 70%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지금은 18%로까지 떨어진 반면, '비슷하다'와 '감소하고 있다'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금은 각각 54% 및 28%가 되었으니 종교의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은 "한국인이 느끼는 종교의 영향력은 2014년까지 확장세, 2021년 지금은 답보 혹은 축소 쪽으로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 변화는 종교인과 비종교인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다. 종교인들 자신도 영향력 약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 종교들의 권위가 약해지고 비주류 혹은 신흥 종교들이 뜻밖의 파워를 갖고 있음이 드러나는 지금의 현실은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신념이나 관념 체계가 동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 사회를 정비하는 노력이 경주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을 최근 일련의 현상들이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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