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 중국편 - 1

답사기 중국편이 시작되며

검토 완료

박성민(psean21c)등록 2022.01.13 14:57
1. 답사기 "중국편"이 시작되며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중국 편이 시작되었다. 작가 스스로 고백한 것과 같이, 해당 "답사" 지역을 10번 이상 방문하거나 돌아본 이후 쓴 기존의 답사기들과 비교하면, 사실 이번 중국 편은 총 4번의 여행을 바탕으로 쓰게 된 '여행기'에 더 가깝다고 말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 본인도 부족한 부분을 공부해가면서 써 내려간 중국 편 답사기 3권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노력과 흔적으로 기존의 국내와 일본 편과는 또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중국 편 1권의 소제목이기도 한 "명사산 명불허전"의 명불허전이란 말의 가치는 유홍준 교수에게도 해당한다. 우리 사회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자명한 사실을 각인시켜주었던 작가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놀랄만한 자기 절제와 노력을 통하여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채웠다는 것을 책의 여러 부분에서 읽고 느낄 수 있다.

 

창비교육연수원 강연 중인 유홍준 교수 ⓒ 유투브 화면 갈무리

 

일단 이 책은 많은 정보와 더불어 무엇보다 재미있다. 2019년 말 우한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최근의 서안에서의 봉쇄 뉴스로 인하여 중국 여행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중국 편 답사기는 여전히 중국의 문화와 역사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문화적인 친밀감이 있다는 것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책을 처음 읽은 후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고 소개를 하였다. 하지만 중국 편 전체를 세 번 정독한 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었고 이러한 이유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도록 결심하게 된 것이다. 3권에 걸쳐서 매우 방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나의 서평에서 설명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책의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독자들이 직접 읽어보는 것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이번 중국 편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전체 개요와 책의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작가의 여러 가지 의도적 장치들을 중심으로 소개를 하는 흐름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처음 중국 편을 읽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두세 번 정독을 하면서 비로소 보이고 느끼게 된 작가의 깊은 배려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으리라 느꼈던 마음의 전달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2. 답사기의 주요 내용

책 3권의 제목과 주요 답사지역은 아래와 같다.
중국편-1 돈황과 하서주랑 (명사산 명불허전)
중국편-2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
중국편-3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중국 답사기 주요 3 지역 (섬서성, 감숙성, 신장 자치구) ⓒ 박성민

 

답사기는 중국의 서안을 포함하는 "섬서성"과 하서주랑과 돈황을 포함한 "감숙성", 그리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3개의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책 3권의 소제목들과 위의 세 지역적 범위가 다소 혼동이 오는 부분이 있다. 가령 예를 들면 1권은 섬서성의 서안으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에 도착한 돈황 지역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돈황" 자체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는 2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1권의 소제목은 "(서안)과 하서주랑", 2권이 "(돈황)의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이었다면 제목과 여행 범위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3권 전체의 분량은 적지 않지만 읽는 내내 역사, 지리, 미술, 고고학 사건 등과 같은 수많은 이야기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치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세 번 가량 정독을 하면서, 출판 기념 독자와의 만남에서 작가 본인이 강연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정리가 되었다는 점을 부언한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 (1,2,3 권별 영역 범위) ⓒ 박성민

 

3. 실크로드 지역을 중국 답사 일번지로 정한 이유

무엇보다 작가가 왜, 중국의 수많은 지역 중 '실크로드'를 답사기의 처음으로 결정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출판 기념 강연에서 이 질문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안(장안), 낙양부터 쓰면 중화 주위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강남 문화부터 쓰게 되면 본격적인 것은 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서역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 민족과 중국을 다 같이 바라보면서 현재의 (한족) 역시 그중 하나라는 것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수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창비교육 연수원의 다른 강연에서는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사로서 한반도의 역사만 보지 말고, 또 중화사상에 입각해서 흉노를 어떻게 때려 잡았는지만 읽지 말고, 그들은 어떻게 서역 속에서 살았는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를 보면서 우리 조상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같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중국 답사 1번지'로 써놓은 가장 이유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인접 국가로서 생존해 온 우리의 관점에서, 부지불식 간에 중국 위주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서 보다 큰 그림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인식일 것이다.

4.같이 여행하는 '도반'들의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여행의 모습

내가 개인적으로 유홍준 교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담백하고 겸손하게 전개하는 문체도 있지만, 작가의 언어 속에서 느껴지는 인격적인 성숙함이다. 그리고 이번 답사기에서도 본인의 연구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들을 설명하는 작가의 배워가는 자세를 읽고 느낄 때마다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 답사기들에 이어 이번 3권의 실크로드 편에서도, 같이 여행을 하거나 (또는 책을 쓸 때 도움을 받은) 지인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의도한 바가 크겠지만, (건축이나 종교 역사와 같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전문 분야에 대한) 해당 전문가의 견해를 통하여 입체적인 지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이 배워온 지식에 대하여 자기 혼자만의 공치사가 아닌, 같이 배워 온 지금까지의 "예술적 도반"들에 대한 우정과 감사함의 마음이라는 것을 읽는 내내 느꼈다.

이러한 많은 문화적, 예술적 주제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혼자서 만의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같이 여행하고 대화하며 함께 배우는 지인들과 오랜 교류, 그리고 자신의 책에 대한 애독자들에 대한 지지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단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 나열하는 것을 벗어나, 여행지에서 지인들과 같이 지식을 배워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은 작가의 겸손함이 없다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성숙함일 것이다.

책에 나온 몇 가지 예를 구체적으로 들면 다음과 같다. "난주 병령사석굴" 답사(1권 150쪽) 중 황토 고원 지역의 동굴 주택인 "야오둥"을 설명하는 방식은 버스 안에서 설명하는 민현식 건축가의 이야기 전체를 인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설명을 더 요구하는 작가 본인의 "그래서요!"라는 질문까지 읽으며 버스 안에서의 분위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어서 민현식 건축가의 목소리를 통하여 이야기되는 설명을 읽으면서 "배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혼자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옆에 있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주고받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서사군 (1권 199쪽)에 해당하는 무위(양주), 장액(감주), 주천(숙주), 돈황(사주)의 "지명을 외우"는 이야기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배우는 자세가 보다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역시 오랜 벗인 이광호 한문 전공의 교수와 다른 친구분들과 이 지명을 가지고 놀면서 공부하는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였다. 우리에게는 (괄호 안의 이름과 같이 당나라 때 불렸던) 낯선 지명들을 공부하는 과정에 같이 있는 지인들과 잡담하듯이 벌어지는 술과 역사 이야기를 통하여 여행하는 일행의 풍속화를 보는 듯 하다.

마지막 "그는 내게 그런 친구다"라는 여운의 이야기를 소중한 지면을 통하여 소개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함께 배우고 아끼는 지인들을 오래도록 같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이러한 섬세한 배려는 답사기가 전문 연구의 지루한 글로만 도배되지 않고 다채로운 다른 이야기들과 함께 살아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30년이 넘는 세월을 통하여 지속해서 진화한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작가를 우리 시대의 존경받는 한 선생님으로서 세워주었다고 나는 이해한다.

여행 중 생기는 사람들 간의 가벼운 이야기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와 닿은 이야기 중 하나는 (2권 89쪽) "희영수"하는 작가와 지인들의 모습이다. 여행을 같이한 김정헌 화백이 그린 최선아 교수의 초상화를 두고 지인들과 같이 '희영수'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칠순의 어른들이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즐거움을 나누는 여행지의 모습이 마치 풍속화 같이 흘러간다.
덧붙이는 글 개인 티스토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psean21c.tistory.com/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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