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3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4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결정에 대해 '내가 바로 사각지대다'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이희훈
소속 없이 글을 쓴 지 2년이 됐다. 그런데 어디다 직업을 쓸 때면 속으로 자문한다. '프리랜서 맞나?' 소득이 거의 없으니 그 말이 어색한 거다. '백수'라고 쓸 수는 없고, '작가'라고 쓰기도 어쩐지 부담스러워서 결국 선택은 프리랜서. 그런데 제도가 이런 내 마음을 꿰뚫었는지, 특고·프리랜서 대상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4차 신청 기간에는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 듯했다. 먼저 정해진 다섯 달 사이에 50만 원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기에 계좌를 샅샅이 훑었다. '23만 원, 5만 원, 17만... 5만!' 글을 기고하고 편집디자인을 도와 받은 돈에, 작은 공모전에 얻어걸려 받은 원고료 5만 원이 얹히니 딱, 50만원.
아싸!!! 이건 하늘의 뜻이다. 나를 긍휼히 여기신 게지! 턱걸이로 걸려 놓고 좋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은 내가 용역을 제공한 기관에서 수당지급명세서나 용역계약서를 받으면 됐다.
그런데, 어떻게 얘기를 한다... 한두 번 일 얘기 나눈 게 전부인 사이에 개인적인 부탁을 하는 꼴이다 보니 영 민망했지만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렸다. 공모전에 뽑힌 원고를 낭독하러 갔던 라디오방송국 PD님께 전화를 걸 때는 특히 의심스러웠다. '방송국이면 수당지급명세서에 누가 날인해 주려나? 5만 원 때문에 방송국을 뒤질 수도 없고.'
연락을 받은 분들은 담당자가 아님에도 적극 노력해 주셨다. 그런데 미안한 목소리로 전화가 되걸려왔다.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용역 방식이 전형적이지 않아서 서류 발급이 안 되는 거였다. 별 수 있나. 한 군데만 실패해도 증명 가능한 수입이 50만 원 아래로 내려가서 쉽게 게임 오버였다.
사각지대의 사각지대,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니 비슷한 사연으로 지원을 못 받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부탁할 곳이 열 군데가 넘어 아예 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해당 기간 안에 5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극빈층은 정작 지원에서 소외되는 것에 실망하는 일도 허다했다. 나만은 아니구나. 잠시의 위안, 그리고 긴 한탄.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하고 줄기차게 소외되는 사람들은 생계 유지가 아닌 '생명 부지'가 필요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코로나 유행 이후 예술인의 상황도 그렇다.
지난해 12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예술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업 예술인의 비율은 55.1%이며 한 해 예술활동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는 전체 예술인의 41.3%였다. 3년 전의 28.8%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러니까, 수입이 없어서 지원을 신청하는데, 증명할 수입이 없어서 지원을 못 받는다니. 이게 무슨 모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