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룡의 '통일산맥 보기'(시리즈-002)

북조선의 민주화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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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룡(peacetry)등록 2021.12.24 16:15
윤태룡의 '통일산맥 보기'
 
<북조선의 민주화를 다시 생각한다>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현재 재야의 통일운동세력, 소위 진보적 그룹에서 통일과 관련하여 주장하는 방책은 연방제통일방안이다. 이는 북조선이 오랫동안 한결같이 주장해온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필자도 지난 5년여를 빼고는 그 이전에는 줄곧 연방제통일방안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통일문제연구'를 강의하면서, 각국의 사례를 좀 더 폭넓게 비교하며 공부하고, 강의하게 되면서 최근 나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런 변화된 입장의 직접적인 계기는 예멘통일의 과정을 상세히 공부하게 되면서부터였다. 1990년 5월 '북예멘 아랍공화국'과 '남예멘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은 독일보다도 4개월 이상 앞서 상호합의에 의해서 통일했다. 이는 냉전 국가들 중 최초의 합의에 의한 통일이었고 만일 이 통일이 성공적으로 지속되었더라면, 예멘은 가장 위대한 민족국가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예멘이 통일이후 권력배분에 불만을 품고 다시 독립을 선언하면서 이 통일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3개월간 내전(1994.5.4.~1994~7.7)에 돌입한다. 결국 무력에 의한 통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북조선은 1960년대부터 줄곧 연방제통일을 주장해오고 있다. 이 맥락에서 1970년대의 남북연방제는 '고려연방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제시했다. 북은 1980년대에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하면서, 그 선결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 '남조선 혁명'의 선결조건을 내걸었다.
 
예멘과 북조선이 공히 연방제통일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필자는 현재 북조선의 연방제통일방안을 남쪽의 소위 재야 진보세력들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한반도에서의 연방제통일 추구가 예멘의 경우와 같은 또 다른 내전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고, 또 다른 내전은 설사 통일이 되더라도 온 국토가 파괴되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가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필자는 북조선이 그동안 줄곧 주장해왔고, 남한의 소위 진보세력들이 지지해오고 있는 연방제통일 방식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우려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어쨌든, 설사 분단이 지속되더라도, 또 다른 전쟁만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독일방식의 통일방식을 추구할 수도 없다.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흡수통일의 케이스이기 때문에, 남한쪽에서 일부러 추구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북조선이 내부 갈등으로 인해 자체 붕괴한다면 모르지만, 남쪽에서 그걸 기대하고 아무런 건설적인 정책도 펴지 않는다면 그건 무책임하고 망상적인 것이라 하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방안은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인 바, 이는 1989년 9월 노태우 대통령의 특별선언으로 발표되었고, 이는 기본적으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서도 계승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재야세력들의 입장은 정부의 입장과는 크게 다르고, 특히 좀 더 급진적인 재야통일운동 세력들은 북조선의 '연방제통일방안'을 주로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재야의 입장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연방제를 추구했던 예멘의 케이스가 우리 경우에도 또 다른 내전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아무도 주장하지 않았던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즉, 북조선의 민주화를 선결조건으로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북조선민주화"를 주장하던 보수진영의 사고와는 전혀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은, 달리 얘기하면 "북조선 붕괴를 통한, 남한의 승리를 통한 민주화에 의한 통일"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북조선 민주화 방안"은 전혀 다른 취지의 것이다.
 
그 요체는 다음과 같다.
절대로 북조선정권의 붕괴를 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한이나 미국이 북조선에 가하는 각종의 외부위협은 사실상 북조선의 3대세습, 전체주의적 독재, 사이비 사회주의 정권을 오히려 유지,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남한정부는 북조선의 민주화를 추구하되, 외부에서 개입하여 북조선을 민주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 내부에서 스스로 민주화의 동력이 일어나도록 적극적으로 외부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그 첫째가 북한이 위협으로 느낄 수 있는 일체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화내지 폐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의 후진배치 혹은 대폭 감소, 팀스피릿 훈련의 규모 축소 내지 폐기, 각종 긴장완화 조치의 강화(이에는 남북정상간의 회담, 정상간의 수시 화상대화,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적십자간 사업의 적극 추진 포함), 국경지역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각종의 사전 조치 강화 등등).
주한미국의 지속적인 주둔 필요성에 대해서도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군사력은 (핵무기를 제외하면) 북조선에 비해 월등하게 우세하다. 현재 남한은 핵무기 외 모든 면에서 즉, 북조선의 재래무기에 비해 월등히 우워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 기준으로 남한은 현재 세계 6위, 북한의 세계 28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https://www.globalfirepower.com/countries-listing.php)
 
흔히, 북한의 민주화라고 하면, 북한을 붕괴시키는 정략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남북 체제의 간극이 너무 크면 설사 물리적으로 두 상이한 체제가 통일이 되더라고 그 통일은 다시 남북 내전으로 깨지기 십상이다, 예멘의 예가 보여주듯이 말이다. 물리적, 외형적 통일 이전에 남북한이 실질적으로 체제의 간극을 줄이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과 북이 안보적 측면에서 상호위협을 느끼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고, 그런 취지에서 각종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남북정상간에는 전혀 대화를 위한 정상회담은커녕, 전화통화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남과 북의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과연 남북간의 화해를 원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남북간의 갈등을 유지함으로써 동북앙 군사적 개입을 하면서 이 지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인가? 필자는 미국은 오히려, 동북아의 평화보다는 적당 수준의 긴장을 유지함으로써 "남의 돈으로 자국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방책"을 고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감히 추측한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방책이다. 그것에 놀아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바보인 것 아닌가?
 
정신차리자. 눈뜨고도 코베이는 세상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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