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방역패스가 드러낸 것

청소년이니까 가능할 가장 비참한 성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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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민(mingoodnice)등록 2021.12.06 10:35
 

정부는 지난 3일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 정책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드러냈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청소년 방역패스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를, 청소년 방역패스가 드러낸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 픽사베이

 
 지난 3일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청소년 방역 패스를 적용할 계획을 밝히며 학원을 그 대상에 포함했다. 말 그대로 백신을 맞지 않거나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받지 않으면 학원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이 학교를 마친 뒤 학원에 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백신 강제와 다름없다. 이런 '사실상 강제 정책'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일이나 사회적으로는 불행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백신 불신론자가 아님을 밝힌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맹신론자에 가깝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위협을 줄이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나는 백신을 청소년 예방접종이 가능해진 첫날 접종했다. 그러니 이 글을 통해 백신 접종 그 자체에 관한 논쟁은 없었으면 좋겠다.
 
 학원 방역패스가 드러낸 것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청소년의 대다수는 사교육에 참여한다. 그 사교육은 대개 학원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청소년들의 일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집 와서 숙제하고 자고. 모두가 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무한 경쟁 입시체제의 산물이며 불행이다.
 
 이런 비슷한 삶들이 학원 방역패스를 묘수 혹은 대악수로 만들었다. 노래방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면 "그냥 노래방 안 가고 말지"하고 말았을 사람들이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면 백신을 맞게 된다. 학원이 필수인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사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 낳은 비극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이런 정책을 꺼낸 것은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일이 청소년이니까 가능한 일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특별히 마스크를 벗거나 집단감염 전례가 많은, 즉 코로나19에 위험한 시설이 아니라면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았다. 학원이 특별히 코로나19에 위험한 시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그렇다면 그 기저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도대체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청소년이니까 가능한 일들에 대하여
 
 청소년은 사회에서 순서로 따지면 가장 마지막으로 여겨진다. 주어지는 권리는 대개 시혜적 권리이며 그마저도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투표권은 물론 합법적 참정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단편적인 예시로 국회의원 300명 중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로 여겨지기에 학원 방역패스 적용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청소년이니까"라는 말로 합리화되는 일들이 비단 방역패스뿐일까. 교문 밖에서는 절대 합리화될 수 없는 각종 규제와 폭력이 교문 안에서 "청소년이니까"라는 말로 합리화된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할 수 없는 말도 "청소년이니까"라는 말로 자주 합리화된다. 그런 합리화야말로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보다 불합리한 일일지 모른다.
 
강제정책은 가장 비참하게 성공할 것이다
 
 정부의 사실상 청소년 백신 강제정책은 결과만 놓고 보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아까도 밝혔듯이 학원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교육구조를 가진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방역패스 적용에 반대하는 한 청소년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22만여 명의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결국 공고한 사회구조가 깨지기 전에 정책을 시행한다면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당장 오늘의 일이기 때문이다.
 
 성공의 조짐은 이미 보인다.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친구 중 단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백신을 맞겠다고 한다. 장담컨대 청소년 접종률 80%, 90%는 결코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아마 다음 주쯤 접종률 데이터가 나오면 모두가 수긍하게 될 것이다. 당장 지난 토요일에 1차 백신을 접종한 친구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재고해야 한다. 청소년 자율 접종이 계획이라던 교육부 장관은 어디로 가고 학교마다 방문해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과정이 올바르지 않은 강제정책은 결과만 보면 성공일지 몰라도 교육적으로 바라보면 낙제다. 결과만능주의야말로 교육에서 가장 타파해야 할 대상이다.
 
 유감스럽게도, 분명히 성공할 것 같다. 수많은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면서, 사회에서 청소년이 가장 마지막 순서에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가장 비참한 과정을 통해 가장 비참하게 성공할 것이다. 청소년 백신 접종률은 분명히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성공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스럽다만 결과만능주의를 채택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완전한 성공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아주 비참한 성공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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